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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토론 현장]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무더기 하락, 정말 위험한가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2-05-25 17: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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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토론 현장]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무더기 하락, 정말 위험한가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험산업 리스크관리와 신사업 활로'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오른쪽 두번째)가 토론회를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들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험업계의 주요 화두는 단연 지급여력비율로 쓰이는 RBC(Risk Based Capital, 위험가중자본)비율이었다.

올해 초부터 금리상승에 따라 국내 많은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빠르게 악화하기 시작했고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급기야 1분기 일부 대형 보험사들도 RBC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 아래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권고수준 아래의 보험사들은 당장 위험한 것인가?

평소 같으면 자본확충 등 건전성 강화에 비상이 걸렸어야 할텐데 현재 보험사들에게서 크게 긴장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RBC비율은 어느새 옛 이야기가 된 듯하다.

최근에는 자본 감소나 부채 증가 등 자체 체력 문제가 아닌 일시적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RBC비율이 크게 낮아진 것이라며 RBC제도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RBC제도 무용론이 나오는 결정적 이유는 내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신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 Insurance Capital Standard, 보험자본기준)’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내년부터 킥스가 도입되면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현재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5일 국회에서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관리와 관련한 세미나가 열렸다.

학계와 정계, 보험업계는 현재 보험사의 건전성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가 토론회를 직접 가봤다.
[정책토론 현장]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무더기 하락, 정말 위험한가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험산업 리스크관리와 신사업 활로' 토론회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 5번째),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오른쪽 6번째),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오른쪽 4번째) 등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기 전 과도기적 상황을 고려해서 RBC비율을 산정할 때 한시적으로 제도를 완화하는 당국의 배려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토론회 발제발표를 맡은 지광운 군산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험산업 리스크관리와 신사업 활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였다. 이밖에 토론회에서 RBC비율과 관련해 별다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도 인사말에서 “현재 금리상승에 따른 어려움은 내년 킥스가 시행되면 해소될 것으로 본다”며 원론적 이야기를 하는 데 그쳤다.

한마디로 RBC비율은 더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수치의 하락을 놓고 "큰일났다"고 떠들었던 사람들을 머쓱하게 했다.  

반면 신지급여력제도인 킥스에는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년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전까지 RBC비율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토론회에서 “현재 금리 상승과 관련해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악화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RBC비율이 하락하는 보험사들과 협의를 통해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전반의 시선은 이미 미래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내년 킥스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의 부채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과 관련해 여러 제언이 나왔다.

지 교수는 발제발표에서 “킥스 도입을 앞두고 있는 국내 보험업계의 큰 걱정거리는 부채가 시가기준으로 측정되면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이라며 “보험사의 부채 조정을 위해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지 교수는 이를 위해 공동재보험, 보험계약재매입, 보험계약이전 등의 정책 강화를 제안했다. 특히 아직 국내에 도입돼 있지 않은 보험계약재매입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험계약재매입 제도는 고금리 보험계약을 고객이 해지하면 기존 해지환급금에 프리미엄을 더해 지급하고 보험부채를 청산하는 제도로 벨기에 등이 시행해 보험사의 부채절감에 큰 효과를 봤다.

지 교수는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프리미엄을 공정하게 산정할 수만 있다면 보험계약재매입 제도는 사회 전체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제도”라며 “제도적으로 세밀한 규정이 갖춰진다면 부채 리스크관리 다양성 측면에서 충분히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제발표를 맡은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보험산업 역동성 회복 방안’을 주제로 보험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정 실장은 보험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요양서비스산업과 헬스케어산업을 꼽고 이를 위해 ‘공공데이터 개방’과 ‘자회사 업무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공공데이터 개방과 관련해서는 국무총리 아래 ‘데이터특별위원회(가칭)’을 구성해 운영하자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지 교수가 제안한 보험계약재매입 제도 도입을 놓고는 활발한 토론도 이뤄졌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보험계약재매입 제도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꼼수로 보인다”며 “프리미엄을 아무리 공정하게 산정한다 하더라도 보험사의 리스크를 소비자의 손실로 보전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토론회 말미 “오늘 토론회에서 보험계약재매입 제도를 바라보는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의 간극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며 “아직까지는 여러 측면을 놓고 신중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가 함께 주최했다.

부채관리와 관련한 보험업계의 관심을 보여주듯 토론회에는 100명이 넘는 보험업계 관계자들이 몰렸다. 시작 10분 전부터 회의 테이블에 놓인 의자외에 간이의자 70여 개가 가득 찼다.

윤창현 의원은 개회사에서 “금리상승뿐 아니라 신사업 등장, 빅테크 진출 등으로 기존 보험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보험산업은 계약자의 미래를 책임지는 본질적 역할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
[정책토론 현장]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무더기 하락, 정말 위험한가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험산업 리스크관리와 신사업 활로' 토론회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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