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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가습기살균제 피해 어린이 박나원 양의 어머니 김미향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
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가 정부의 사용자제 권고 이후에도 계속 판매된 정황이 드러났다.
애경은 현재 검찰의 수사대상에서 빠져 있다.
애경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본격적으로 이슈화된 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사과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24일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뒤 폐 상태가 나빠져 산소호흡기 신세를 진 박나원(5)양의 아버지 박영철씨가 “2012년 초 친척이 홈쇼핑에서 가습기메이트를 할인가로 사서 썼다”며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뒤부터 나원이의 폐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박양은 2011년 10월 태어났는데 생후 100일 전후인 2012년 초 3~4개월 동안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하면서 허파가 섬유화하고 허파꽈리가 터지는 등 증상을 보였고, 목에 구멍을 뚫어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다.
박양은 지난해 4월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2차 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폐손상일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의미의 1등급 피해자로 분류됐다.
박씨 친척이 가습기메이트를 구매한 시점은 애경산업이 2011년 8월 이 제품의 판매를 자체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힌 시점 이후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나원양이 2011년 10월생이므로 제품이 2011년 8월에 판매중지됐다면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을 수 없다”며 “애경 측 해명과 달리 판매중지를 밝힌 이후 시장에 이미 깔린 제품을 다 수거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가습기메이트에는 독성물질로 알려진 CMIT, MIT 등이 들어갔는데 정부는 옥시 등의 제품에 사용된 PHMG, PGH에 대해서만 폐손상과 인과관계를 인정했고 검찰 수사도 이에 모아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1998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CMIT, MIT 등에 흡입독성이 있다고 평가했으며 이후에도 유해성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애경 제품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피해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박양은 폐손상으로 목소리를 거의 낼 수 없다.
박양의 어머니 김미향씨는 “나원이가 유치원에 꼭 갔으면 좋겠다”며 “바닷가 바람이 몸에 안 좋다고 해서 부산에 살면서도 아직 나원이를 한번도 바닷가에 데리고 가지 못했는데 꼭 한번 데리고 가고 싶다”며 말했다.
김씨는 “얼마 전 나원이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모에게 ‘이모가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아저씨들이 한 일’이라며 오히려 이모를 위로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하다 현재까지 모두 39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옥시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사망자 외에 101명이 폐 손상 등의 피해를 입었다.
애경 측은 “정부 당국과 질병관리본부의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