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팔도가 대표 제품인 ‘팔도 비빔면’ 홍보를 위해 시작한 스타마케팅과 관련해 비난을 받고 있다. 당첨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이벤트를 만들어 비빔면의 대량 구매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농심 ‘배홍동비빔면’, 오뚜기 ‘진비빔면’의 성장으로 팔도 비빔면의 점유율이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성수기를 앞둔 비빔면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팔도 비빔면이 진행하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토카드 인증 이벤트를 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팔도는 올해 3월 가수 겸 배우 2PM 출신 이준호씨를 비빔면의 새 모델로 발탁한 것을 기념해 제품 구매 고객의 팬사인회 초청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팔도 비빔면 5개짜리 묶음상품(가격 3천 원 내외)을 구매하면 '팔도' 혹은 '비빔면'이라고 적힌 포토카드 1장을 지급하는데 팬사인회 초청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2개의 포토카드를 조합한 인증사진을 SNS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인증사진을 찍어 올려도 팬사인회에 초대되는 것이 아니라 초청에 응모할 수 있는 기회만 얻게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응모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될 확률마저도 매우 낮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팔도 비빔면을 대량으로 구매한 이들의 사연이 올라오고 있는데 2가지 포토카드 중 대부분 한 종류만 나왔다는 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팔도가 주최하는 배우 준호씨의 팬사인회 응모기회를 얻기위해 비빔면을 구매했지만 응모에 필요한 '팔도' 포토카드가 나오지 않아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
심지어 한 사례는 130개의 묶음상품(비빔면 650봉지)을 구매했지만 ‘비빔면’ 포토카드만 나왔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팔도 온라인 공식몰 가격 기준 약 71만 원 금액을 사용해 팔도 비빔면을 구매했지만 팬사인회 초대권 응모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게시글들 사이에는 “똑같은 거만 보내준다고? 진짜 이제 팔도 불매” “팬사인회만 가면 더는 팔도를 안 사겠다” 등 불매운동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상당히 낮은 당첨확률을 비꼬는 창작물까지 올라오는 등 이번 사태로 팔도는 이미지 손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팔도를 향한 비난은 이뿐만이 아니다. 팔도가 포토카드 이벤트 외에 다른 팬사인회 참여방법으로 제시한 ‘구매왕’도 팬심을 이용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팔도는 13일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에서 팔도 비빔면을 하루동안 가장 많이 구매한 고객 2명과 100·200·300번째로 구매한 고객 3명 등 모두 5명에게 팬사인회 티켓을 증정하는 행사를 열었다.
팔도가 발표한 최종 결과에 따르면 1등은 230만 원, 2등은 191만 원 어치의 비빔면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묶음상품 4개의 가격이 1만291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구매왕 1등은 710개 묶음상품(3550봉지)을, 2등은 590개 묶음상품(2950봉지)을 각각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사은행사를 진행한 팔도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은 거세지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면 그동안 비빔면 시장에서 굳건한 1위 자리를 지켜온 팔도 비빔면의 지위 마저 흔들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팔도’ 포토카드를 구하기 위해 비빔면을 구매하는 모습을 도박중독에 비유한 패러디 게시글 <트위터 갈무리> |
라면업계에 따르면 팔도의 비빔면 시장 점유율은 2020년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농심, 오뚜기, 삼양 등 경쟁업체들이 비빔면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팔도의 아성을 조금씩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때 80%에 달했던 팔도 비빔면의 비빔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0%대까지 하락했다.
팔도는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3월 '꼬들김비빔면', '꼬간초비빔면' 등을 추가하며 비빔면 라인업을 4종으로 늘렸다. 또한 20% 늘어난 양의 '비빔면 1.2'도 출시했다.
농심은 지난해 3월 기존 비빔면 제품인 ‘찰비빔면’은 단종하고 신제품 '배홍동비빔면'을 내놨다. 농심은 배홍동비빔면을 앞세워 지난해 판매량 3400만 개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비빔면 시장 2위(점유율 약 20%)로 치고 올라왔다.
농심은 올해 배홍동비빔면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방송인 유재석씨를 브랜드 모델로 유지하고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홍보·마케팅을 펼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오뚜기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약 10%로 3위로 내려앉은 '진비빔면'을 ‘진비빔면배사매무초’로 2년만에 리뉴얼했다.
진비빔면배사매무초는 기존 진비빔면에 새콤달콤한 맛을 가미하고 중량도 20%가량 늘렸다.
이밖에 삼양의 '비빔밀면', 풀무원의 비건인증 '정백홍비빔면' 등이 올해 비빔면 시장에서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비빔면 시장규모는 2015년 750억 원에서 2021년 1500억 원으로 2배 가량 성장했다.
팔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여건상 사인회를 제한된 인원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점을 양해바란다"며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고객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