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트위터 지분 전량을 440억 달러(약 56조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수 가격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증시 기술주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트위터가 인수 협상에 주도권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일론 머스크가 약속한 인수 대금을 모두 확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10일 “트위터 인수 가격이 기존 계약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를 끌어내리는 중요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일 미국증시에서 트위터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3.69% 떨어진 47.9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외시간 거래에서도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이사회와 합의한 주식 인수 가격은 1주당 54.2달러인데 주가가 이보다 11%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머스크 측에서 트위터 인수 계획을 철회하거나 지분 매입 가격을 다시 협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점차 고개를 들면서 주가에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시장 조사업체 힌덴부르크 분석을 인용해 최근 일어난 일련의 변화들이 트위터의 협상력을 약화시켜 거래가 기존 계약대로 이뤄질 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미국 증시가 가파른 하락장에 접어들고 특히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위터와 유사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메타와 왓츠앱 주가는 1개월 전보다 각각 9.4% 떨어졌고 스냅 주가는 32%, 핀터레스트 주가는 9.3%, 구글 지주사 알파벳 주가는 12.7% 하락했다.
머스크가 4월14일에 트위터 인수 제안을 공개적으로 내놓지 않았다면 트위터 주가도 이들과 비슷한 하락폭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
힌덴부르크는 머스크가 지금 인수 의사를 철회한다면 트위터 주가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결국 머스크가 인수 가격을 크게 낮춰서 다시 계약을 체결하자는 뜻을 보이더라도 트위터 측에서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다.
트위터가 지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새 인수계약을 체결한다면 머스크의 인수 가능성을 바라보고 최근에 트위터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증시 기술주 하락이 트위터뿐 아니라 테슬라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인수 계약 변경을 유도할 수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자금을 대부분 테슬라 지분 매각 대금이나 테슬라 주식 담보대출로 조달해야 하는데 테슬라 주가가 최근 크게 떨어져 자금 확보가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미국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하루만에 9.07% 떨어진 787.1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1개월 전과 비교하면 주가가 약 19.4%의 하락폭을 보였다.
테슬라 주가가 떨어지면 금융기관들이 더 많은 테슬라 지분을 담보로 잡아야 하거나 대출 금액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트위터 인수 자금 조달에 차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 최근에 이어진 미국 증시 기술주 하락이 다방면으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게 된 셈이다.
다만 머스크도 트위터와 기존에 맺은 계약을 해지하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인수계약이 파기되면 어느 정도 금전적 손해를 볼 수 있다.
머스크가 이미 트위터 지분 약 9%를 보유한 대주주인 만큼 인수 협상이 백지화되면 주가 하락에 따른 금전적 손실을 추가로 입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미국 증시 기술주가 다시 빠르게 반등한다면 머스크가 앞으로 트위터 인수 가격 협상에 완전한 주도권을 잡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