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감원 한파가 생산직에도 불어닥쳤다.
현대중공업은 사무직에 이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반발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숙련된 조선기술자 인력감축은 조선업 기반을 약화해 조선산업 활황기가 다시 찾아올 경우 더 큰 문제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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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은 20일 생산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사무직 과장급에 해당하는 기장급 이상이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20년 이상 근무한 기장장, 차장, 부장, 기감, 기정 등을 포함하는데 이 숫자는 2100명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은 생산직 희망퇴직도 사무직과 비슷한 수준에서 조건을 내건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9일부터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으며 이에 현재 약 500명이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자에게 최대 40개월의 기본급과 자녀 학자금 지급 등의 조건이 제시됐다.
기장직급 이상은 노조원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조는 이번 결정이 노조의 결속력을 떨어트리기 위한 의도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사무직 희망퇴직 접수가 시작되면서 생산직도 이를 희망하는 경우가 있어 생산직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희망퇴직 반발 기류는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노조를 결성하지 않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사무직 직원들은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무직의 경우 현대중공업에서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사무직 노조가 결정됐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19일 국회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반대하고 조선업 발전을 위한 정부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조선업 위기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주주의 사재 출연과 부실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또 정부가 조선업이 사양산업이라고 몰아붙이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강하게 성토했다.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조선산업은 기술인력 집중산업으로 성패가 여기서 갈린다"며 "10~20년 이상 기술력을 이어가는게 중요하지만 정부와 경영진은 딴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이번에 희망퇴직 접수를 받겠다고 한 기장급 이상은 대부분은 생산직 7급으로 입사해 승진한 이들이다. 조선업종에서 오래 근무한 베테랑 기술자들인 셈이다.
조선산업을 살리기보다 기술인력까지 일률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데 대해 ‘일본식’ 조선업 구조조정의 악몽을 되출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숙련된 조선업 기술인력은 하루 아침에 양성되는 게 아니다. 세계 조선업황이 살아날 경우 기술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대응이 늦어지면 조선산업 회생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곧 조선업계 구조조정에 대한 각당의 방침을 밝히고 30일 개원하는 20대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