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마사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온라인 마권 도입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가 규제 완화인 데다 마사회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태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후보자는 6일 인사청문회에서 온라인 마권 도입에 찬성한다는 생각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이개호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온라인 마권 허용을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자 “의원들의 뜻과 방향이 같다”며 “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에서도 “비대면, 4차 산업 시대에 맞게 경마 산업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온라인 경마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온라인 경마 도입에 필요한 제도적, 기술적 보완을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마사회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마권 도입을 추진해 왔음에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사회로서는 정 후보자의 태도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으로 내각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 후보자는 비교적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마사회에 긍정적이다.
정 후보자를 놓고 민주당에서는 농협경제지주 사회이사 이력, 자녀들의 농업 관련 회사 취업 등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낙마 대상으로는 꼽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꼽은 낙마 대상 장관후보자는 한동훈(법무부), 정호영(보건복지부), 원희룡(국토교통부), 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이상민(행정안전부) 등 5명이다.
정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고 새 정부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온라인 마권 도입에는 빠르게 속도가 붙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마권을 놓고는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고 이개호 의원을 비롯해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여야 없이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기반이 갖춰진다면 정 회장으로서는 앞으로 온라인 마권 도입이 추진되는 과정에 마사회와 경마산업 안팎으로 잡음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마가 사행산업인 만큼 기본적으로 대중으로부터 부정적 눈초리를 받아 왔는데 최근 몇 년 동안 마사회에서 여러 도덕성 관련 논란까지 일면서 온라인 마권 도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줘 왔다.
온라인 마권 도입을 놓고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경마를 놓고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큰 것도 사실”이라거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우리 사회 통념상 온라인 마권을 받아들일 여건이 안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반대할 정도였다.
정 회장은 올해 2월 취임한 직후부터 마사회와 경마산업의 혁신에 힘을 주고 있다.
온라인 마권 추진을 위한 조직인 ‘언택트발매추진단’을 기존 경영관리본부 산하에서 불법경마 단속 등을 담당하는 건전화본부 산하로 옮기고 불법경마 사이트 단속을 강화하는 등 경마와 관련된 논란거리 제거에 공을 들였다.
4월에는 말산업의 무게중심을 경마에서 관광, 레저 쪽으로 이동시키려는 시도가 담긴 강도 높은 혁신안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안으로 마사회의 대대적 조직개편 역시 예고돼 있다.
정 회장은 올해 2월 취임하면서 “최우선 과제인 온라인 마권 발매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겠다”며 “마사회가 지금까지 해왔던 해결 방식을 향한 통렬한 반성이 국민 신뢰 회복의 첫 단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