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약 53조 원 규모의 트위터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데 합의했지만 계약 조건을 어기거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결국 테슬라와 트위터 주주들이 일론 머스크의 값비싼 '무리수’에 피해를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시각으로 28일 미국증시에서 트위터 주가는 전날보다 1.09% 상승한 49.1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트위터가 이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발표한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소폭 밑돌았지만 사용자 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며 미래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됐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 주식을 1주당 54.2달러에 전량 매수해 상장폐지하는 데 트위터 측과 합의했다. 하지만 트위터 주가는 여전히 머스크 CEO가 제시한 인수금액을 밑돌고 있다.
현재 트위터 주식을 매수하는 주주들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마무리될 때 주식을 현금으로 보상받아 10% 가까운 차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도가 무산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투자자들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계약 위반 가능성과 자금 조달 한계가 앞으로 트위터 인수 완주에 걸림돌로 꼽힌다.
로이터는 최근 테슬라의 급격한 주가 하락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의지를 꺾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트위터 인수를 위해 들이는 자금 대부분이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 매각 금액이나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한 금융기관 대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현지시각으로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40억 달러(약 5조 원) 규모의 테슬라 지분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더 이상 지분 매각 계획은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위해 개인 자금 210억 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이런 약속을 깨고 지분을 추가로 매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트위터 인수를 위한 주식 담보대출을 제공하는 금융기관들도 최근 테슬라의 주가 하락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계획을 밝힌 뒤 최근 5거래일 동안 13.5%에 이르는 하락폭을 기록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진다면 금융기관들이 테슬라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기 꺼려하거나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일부 대출을 상환하도록 하는 조건을 더 까다롭게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트위터 구조조정을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 플랫폼 경쟁력 강화 계획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들이 머스크의 이런 적극적 노력에도 호응하지 않는다면 대출로 트위터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져 결국 인수를 포기하거나 테슬라 지분을 추가로 더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트위터 계정 이미지. |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계약 위반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는 인수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트위터 회사 또는 경영진을 비방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았다.
그러나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 계정에 “트위터가 뉴욕포스트 계정을 정지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언급하며 회사의 결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내용이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지만 머스크의 성향을 볼 때 앞으로 이와 비슷한 발언이 계속 나오며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위터와 머스크는 인수계약이 무산될 때 책임이 있는 쪽이 10억 달러(약 1조26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가 계약 위반이나 자금 조달 차질로 트위터 인수에 실패한다면 비싼 위약금을 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수가 무산되면 정작 트위터와 테슬라 주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 주가는 이미 머스크 CEO의 대규모 지분 매각 영향으로 크게 떨어졌고 트위터 주가도 머스크의 인수가 무산된다면 최근 인수 논의에 영향을 받았던 주가 상승분을 반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어 트위터 주가가 머스크의 인수 가격을 밑도는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뒤 이용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연합 등 세계 주요 규제당국은 앞으로 트위터에 유해한 콘텐츠나 불법 콘텐츠가 올라온다면 트위터 플랫폼 이용 자체를 금지할 수도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변화를 추진하지 못한다면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이유도 크게 줄어든다.
로이터는 “머스크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트위터 인수에 흥미를 잃는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이미 투자자들은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