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러시아 경제제재에 따른 원유 공급 감소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미국 석유회사들의 원유 생산량은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력이 부족한 데다 고유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유럽 등 세계를 덮친 원유 공급 부족과 유가 급등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석유회사들이 대체로 원유 생산 확대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원유 수출규제 등 경제제재 시행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직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는 유럽이 의존을 낮출 수 있도록 미국에서 원유 생산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석유업체들의 움직임에 다소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180만 배럴 수준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 3월 하루 평균 1310만 배럴과 비교해 오히려 줄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021년 12월과 비교해도 생산량이 약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초 배럴당 76달러 안팎에 거래되던 국제유가가 3월 들어 120달러를 웃돌고 현재도 100달러 안팎에 거래되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원유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원유 생산량이 거의 늘어나지 않은 이유를 미국 석유회사들의 학습효과와 코로나19 사태 여파에서 찾고 있다.
석유회사들이 약 2년 전 유가가 단기간에 크게 상승하자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원유 생산량을 늘렸지만 곧 유가가 급락해 직원을 대거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계속 높은 수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점도 석유회사들이 관망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혔다.
더구나 대부분의 석유회사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인력 채용에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어 원유 생산량을 단기간에 확대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타임스는 “국제유가가 연말에는 배럴당 5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며 “유가 하락에 관련한 학습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도 원유 공급 부족 사태의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있다며 당분간 원유 생산을 확대할 뜻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석유회사들이 유가 상승으로 볼 수 있는 수혜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결국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전까지 공급 부족사태가 해결되기 어려워 고유가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14년 동안 유가가 급등했다가 빠르게 하락했던 사건이 3차례에 걸쳐 일어났다며 아직 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석유회사들이 원유 생산을 확대하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도 장기화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원유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가가 지금보다 떨어질 계기를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공장 가동을 축소해 일시적으로 유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도 국제유가에 변수로 꼽힌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바꾸거나 사태가 완전히 종식돼 제조업 공장 가동 등 경제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면 원유 수요가 급증해 유가 상승에 더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석유회사들은 금융기관들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석유 생산시설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는 불만도 내놓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도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는 만큼 석유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일이 설득력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