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연기금이 롯데지주 주식을 꾸준히 사모으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를 롯데그룹 미래 성장동력 발굴의 선봉에 놓으면서 그 매력이 부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보면 연기금이 롯데지주 주식을 32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롯데지주 주식을 순매수하기 시작한 시기는 3월2일부터다. 최근 거래일인 15일까지 순매수를 계속하면서 32거래일 연속 순매수라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롯데그룹을 포함해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 5대 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의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연기금이 이렇게 꾸준히 순매수한 주식은 롯데지주가 유일하다.
연기금은 3월2일부터 15일까지 롯데지주 주식을 56만1천 주가량 샀고 7만6천여 주를 팔았다. 순매수한 수량이 약 55만5천여 주며 금액으로 보면 155억 원가량이다.
연기금의 꾸준한 순매수 덕분에 기관투자자의 롯데주식 순매수 행보도 28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 투자자문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기관이나 사모펀드, 투자신탁, 연기금 등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은 3월8일부터 15일까지 롯데지주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들의 롯데지주 순매수 규모는 거래량으로 보면 55만8천여 주, 금액으로 보면 178억 원가량이다.
이처럼 기관투자자들이 롯데지주 주식을 주목하는 이유로 놓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우선 달라진 '역할론'이 부각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투자형 지주회사’로 변모하고 있는 점이 점점 매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지주는 사실 신사업과 투자에 앞장서는 지주회사로 가겠다는 의도를 여러 번 밝혔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0년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 “그룹의 포트폴리오와 미래전략을 개선하겠다”며 “주주들이 지속해서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롯데지주는 롯데그룹 소속 계열사의 시너지 전략을 고민하던 역할을 각 비즈니스유닛(BU, 현재는 헤드쿼터)에 대거 이관하며 신사업 대응 역할에 좀 더 집중하는 조직으로 변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해 8월 롯데지주의 ESG경영혁신실 산하에 바이오팀과 헬스케어팀 같은 신사업 전담조직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롯데지주가 가고자 하는 투자형 지주회사의 매력은 좀처럼 부각되지 않았다. 가시적 성과가 외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롯데지주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며 방향도 명확해보인다.
이동우 부회장은 3월 롯데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롯데의 신성장 동력을 바이오와 헬스케어라고 공식화하며 “바이오와 헬스케어 사업은 롯데지주가 직접 투자하고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며 “롯데지주를 해당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총장에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롯데그룹의 신규사업 추진 분야와 사업기회 영역을 설명하며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를 만드는 데 중장기적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 첫 걸음은 4월1일자로 설립한 롯데헬스케어다. 롯데지주는 롯데헬스케어에 700억 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으며 초대 대표로 롯데지주에서 ESG경영혁신실장을 맡고 있는 이훈기 부사장을 선임했다.
롯데지주는 또한 롯데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롯데렌탈을 통해 쏘카 지분을 1800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으며 앞선 1월에는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직접 주체로 나서기도 했다.
롯데지주는 이 밖에도 기업형 벤처캐피탈인 롯데벤처스를 통해 신사업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롯데지주 주식을 놓고 개인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월8일부터 15일까지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보면 개인투자자들은 롯데지주 주식을 42만4천여 주 순매도했다. 금액으로는 134억 원가량이다.
외국인투자자들도 이 기간 롯데지주 주식을 44억 원가량 순매도했다.
롯데지주 주가는 올해 1월 말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롯데지주 주가는 1월28일 52주 신저가인 2만5600원까지 떨어졌지만 그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15일 기준으로 3만2950원까지 올랐다. 상승률은 28.7%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