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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P&G의 페브리즈가 유해성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서울 용산구 한 수입차 전시장에서 모델들이 차량용 페브리즈 신제품을 선보이는 모습. <뉴시스> |
옥시의 살인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한국P&G의 탈취제 ‘페브리즈’도 유해성 논란에 휩싸였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유해성분과 유사한 성분이 페브리즈에도 들어있다는 주장이 일부 전문가들에게서 나왔다.
◆ 페브리즈 살균제 성분, 폐 손상 가능성
환경부는 페브리즈에 포함된 살균제의 성분을 공개할 것을 한국P&G 측에 요구했다고 16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페브리즈에 들어간 살균제 성분이 ‘제4급 암모늄클로라이드(암모늄염)’로 폐 상피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는 독성물질이라고 주장했다. 페브리즈를 분무 후 흡입하면 이 성분이 폐에 들어가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4급 암모늄염은 살균과 소독, 보존력이 있어 소독제와 탈취제 등에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페브리즈 제품 겉면에는 ‘미생물 억제제’로만 표시돼 있을 뿐 상세한 성분 표시가 없다. 제조사 홈페이지에도 별도의 성분안내가 없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P&G 관계자는 “곧 탈취제의 전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며 ”환경부에는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한국P&G 측은 제4급 암모늄염에 대해 “이 성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환경보호청(EPA) 등에서 인증받아 안전성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는 “제4급 암모늄염은 폐 상피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는 흡입독성 물질”이라며 “이와 관련된 보고서도 학계에 다수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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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연 한국P&G 사장. |
한국P&G는 페브리즈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P&G가 수많은 사망자를 낸 옥시와 닮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두 기업은 각각 미국과 영국에서 들어온 외국계 기업으로 소비자와 밀접한 생활용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는 처음엔 주식회사 형태로 국내에 들어왔다가 2000년 이후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P&G는 1989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서통그룹과 손잡고 서통P&G주식회사를 설립했다. 4년 뒤 서통과 결별하면서 한국P&G로 이름을 바꾸었고 2000년에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한국P&G는 그해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마지막으로 경영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정부 화학물질 98% 유해성 심사 안해
정부가 시중에 유통 중인 화학물질 98%에 대해 유해성 심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991년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시행 당시 기존화학물질로 지정된 3만7천여종 가운데 지난해까지 정부가 유해성 검사를 실시한 것은 600여건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의 2%에 불과한 것이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이미 유통되고 있는 물질은 기존화학물질로 지정하고 전수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유해성 검사를 실시해 나기기로 규정했다.
기존화학물질로 지정된 화학제품은 사실상 검사도 받지 않은 채 방치된 셈이다. 당시 지정된 기존화학물질은 현재 국내에 유통 중인 화학물질 4만여종의 약 92%를 차지한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페브리즈의 제4급 암모늄염 역시 정부가 지정한 유해화학물질이 아니어서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의 화학물질 관리체계는 신규물질 검사를 우선시하고 절대 다수의 기존물질은 외면하는 폭탄 돌리기와 같다”며 “정부는 안전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검사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