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과 화정에서 잇달아 발생한 붕괴사고에 따른 행정처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기존 사업장의 계약 해지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 HDC현대산업개발 로고.
11일 서울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에 조만간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사고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에 관한 행정처분이 추가로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안전총괄실 건설혁신과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8일) 영등포구청에서 광주 학동 현장 하청업체인 한솔기업에 관한 행정처분 결정을 통지해왔다”며 “이제 HDC현대산업개발에 관한 처분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서 3월30일 광주 학동현장 부실시공 혐의를 놓고 HDC현대산업개발에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리면서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는 하청업체에 관한 행정처분이 선행돼야 처분내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하청업체가 처분을 받았으니 HDC현대산업개발의 차례가 된 것이다.
서울시가 그동안 광주 학동과 화정 붕괴사고에 관한 행정처분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힌 만큼 조만간 추가 처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7일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관련 행정처분을 위한 신속전담조직 구성과 운영계획도 확정했다.
서울시가 부분공개한 관련 서류를 보면 시는 외부전문가 4명과 내부 인력 2명으로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당장 이번 달부터 화정동 붕괴사고의 내용과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한 사실조사를 시작한다.
화정동 사고 전담조직은 한 달에 2회 이상 총 6회 회의를 통해 사실조사와 위법성 검토 등을 진행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가 가기 전에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에 따른 행정처분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영업정지 처분으로 새로운 수주 활동이 막힐 뿐 아니라 기존에 확보한 사업을 진행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붕괴사고를 잇달아 낸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품질에 불안감을 내보이던 재건축, 재개발 조합들이 영업정지 처분에 따른 경영 위기까지 현실화되자 시공계약 해지 등에 나서고 있다.
경기 안양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오는 21일 정기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 공사도급계약 해지 안건을 다룬다.
앞서 뉴타운삼호 조합은 지난 2월 대의원회를 열고 조건부 시공사 공사도급계약 해지 안건을 상정, 의결했다.
뉴타운삼호 조합원들은 포털사이트 카페를 통해 영업정지 처분 시 시공사 계약해지는 어떻게 가능한지, 과천1단지와 방배5구역 신반포15구역 재건축사업 등은 과거 어떻게 시공사를 교체했는지 등을 정보로서 공유하고 있다.
안양 뉴타운삼호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 뒤 처음으로 수주한 재건축사업인 관양현대아파트 인근 단지다.
광주 사고에 따른 안전부분의 우려, 신용도 하락에 따른 자금조달부분 문제 가능성 외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양현대에 제시한 파격조건과 수주조건이 비교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감정적 불만까지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뉴타운삼호 재건축사업은 공사비가 5165억 원에 이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2차 신축공사 계약도 해지통보를 받았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조합도 5일 서울시에 시공사업단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배제해줄 것을 권고해달라는 내용을 포함한 공문을 보낸 데 이어 별도총회를 열고 시공사 계약해지 안건을 다룬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본계약 체결을 남겨둔 수주 사업장들을 지키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수의계약으로 따낸 서울 노원 상계1구역은 14일 시공사와 정식 계약 여부를 결정짓는 총회를 연다. 상계1구역은 총회 날짜가 기존보다 2~3일 정도 앞당겨진 것을 두고 HDC현대산업개발 영업정지 처분 시작 전에 날치기 계약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사고 뒤 수주한 경기 안양 관양현대, 노원 월계동신 재건축 단지 등도 영업정지 처분에 따른 불확실성, 자금 유동성 문제 등을 이유로 HDC현대산업개발과 정식 계약 체결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