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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왼쪽)이 지난해 1월 하버드대 취업설명회에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과 함께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
중국 안방보험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 생명보험시장을 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이 안방보험의 인수합병 쓰나미에 휩쓸릴 가능성도 있다.
◆ 안방보험은 한국 생보시장을 어떻게 바꿀까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은 지난해 동양생명, 올해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ING생명 인수도 저울질하고 있다.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예상 매각가격을 3조 원 이상으로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사들이 당초 예상과 달리 ING생명 인수에 소극적인 만큼 이 정도의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안방보험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안방보험은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자산 1조9710억 위안(350조 원), 자기자본 619억 위안(10조8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안방보험이 ING생명 인수에 성공할 경우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대형 3사 위주로 구성됐던 생명보험시장 구도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안방보험이 한국 보험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기존 생명보험사들의 점유율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ING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전체자산 70조 원을 보유해 업계 4위로 발돋움한다. 전체 시장점유율도 9.46%에 이르러 교보생명(10.42%)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안방보험은 한국에서 방카슈랑스를 통해 단기성 저축보험을 공격적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올해 1분기에 역대 1분기 최대 규모인 순이익 815억 원을 냈는데 이는 양로보험 등 단기성 저축보험을 많이 팔았던 데 힘입었다.
이 때문에 비슷한 수익구조를 보유한 중소형 보험사들이 타격을 입고 인수합병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안방보험이 자본력을 앞세워 이들을 인수하고 몸집을 더욱 불리는 과정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대형 3사, 안방보험에 어떻게 맞설까
대형 3사가 안방보험에 맞서려면 똑같이 몸집을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형 3사가 보험사 인수전에 뛰어들어 안방보험과 직접 맞서기에는 실탄이 부족하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는 대주주나 자회사의 지분을 소유할 때 일반계정 자기자본의 60% 또는 전체 자산의 3% 가운데 더 적은 금액만큼만 자본금을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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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 |
이 법규를 적용하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대형 3사가 ING생명 인수전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는 교보생명 1조5580억 원, 삼성생명 9093억 원, 한화생명 5315억 원에 불과하다.
대형 3사는 2020년에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때문에 투자한도 이상의 금액을 금융기관에서 빌릴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국제회계기준 2단계를 적용하면 보험자산과 부채를 계약 당시의 원가 대신 현재 가치인 시가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대형 3사는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책임준비금을 최대 44조 원까지 쌓아야 해 부채를 늘리기도 힘들다.
이를 감안해 금융위원회도 올해 하반기에 보험업법을 개정하면서 투자한도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형 3사가 보험사 인수전에 뛰어들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방보험은 지배구조가 불분명하고 자산을 늘린 과정도 불투명하다”며 “안방보험이 한국에서 몸집을 불릴수록 중국의 정치·경제 판도에 국내 보험시장도 강한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금융당국에서 관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샤오후이, 왜 한국을 노리나
우샤오후이 회장은 한국의 생명보험사 인수를 통해 보험시장에서 ‘선행학습’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국 생명보험시장은 규모와 경영여건을 고려했을 때 중국보다 상당히 앞서 성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안방보험이 보험환경 변화의 대처방안과 상품 노하우 등을 한국에 시험한 뒤 급성장 중인 중국시장에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수익비율(보험침투율) 3%대로 보험사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이 많아 성장성이 크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언스트앤영은 중국의 보험시장이 영업수익 기준으로 매년 10% 이상 성장해 2020년 5천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은 보험침투율 11%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구당 보험가입률도 지난해 기준으로 99.7%에 이르러 사실상 포화상태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우 회장이 장기적으로 해외진출의 거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한국의 금융회사 인수에 주력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안방보험은 지금까지 436억 위안(7조7300억 원)을 해외 고급호텔과 금융회사 인수에 투자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보험사를 인수해 유럽 보험시장에 진출할 기반도 다졌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방보험은 금융회사 해외진출을 장려하는 중국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해외 보험시장으로 계속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안방보험이 한국을 토대로 선진 금융시장인 일본 등에 진출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