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주재환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가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사업 다각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청주공장 화재와 임원 내부자 거래의혹 등 사업 외적인 부분에서 곤욕을 치렀다. 본업에서 분위기 반전을 꾀해 '오너 부재'라는 경영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주재환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
7일 에코프로비엠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주 대표는 고급형 전기차 배터리용 삼원계 양극재의 고도화뿐 아니라 망간을 활용한 보급형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1년 기준으로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를 7만5천 톤 가량 생산해 글로벌 1위를 차지한 업체다.
주요 고객회사로는 삼성SDI와 SK온을 두고 있다. 삼성SDI에 납품하는 삼원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와 SK온에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가 주력 제품으로 꼽힌다.
주 대표는 올해부터 내구성과 수명을 늘리는 기술이 적용된 NCA 양극재와 NCM 양극재 양산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2024년까지 니켈 함량을 95%까지 높인 양극재 개발을 마무리지어 고급형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응하기로 했다.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배터리 출력이 좋아지지만 공정 기술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주 대표는 중국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보급형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리튬인산철(LFP) 소재에 대항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비싼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를 쓰지 않는 NMX 양극재와 OLO 양극재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NMX는 니켈과 망간 그리고 공개하지 않는 첨가소재를 넣어 만든 양극재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지난해 중장기 투자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니켈과 망간 비율이 6대 4인 NMX 양극재를 만들면 kg당 4.3달러의 재료비가 절감된다“며 ”이 경우 리튬인산철 소재보다 에너지 밀도는 높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배터리 양극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OLO양극재는 니켈과 코발트 함량을 줄이고 리튬과 망간 함량을 극대화한 소재다. 삼원계 NCM 양극재보다 에너지 밀도는 떨어지지만 안전과 가격 측면에서 리튬인산철 양극재와 경쟁할만한 소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OLO양극재는 리튬인산철 양극재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췄다는 장점을 지녔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NMX양극재를 2024년에 양산하고 OLO양극재를 2025년부터 양산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주 대표는 이처럼 다각화된 양극재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5천억 규모의 유상증자와 1주당 3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계열사 ‘에코프로글로벌’에 출자해 해외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헝가리를 비롯한 해외진출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9700억 원을 들여 헝가리에 10만8천 톤 규모의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배터리 소재 기업 가운데 가장 공격적 증설을 이루고 있는 만큼 가파른 성장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청주공장 화재, 임원 내부자거래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뤘다. 이 과정에서 오너인 이동채 회장이 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주 대표는 오너 공백을 메우면서 에코프로비엠의 성장세를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주 대표는 올해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삼성SDI전사품질혁신팀장과 셀사업부장을 지낸 2차전지 전문가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배터리의 음극집전체로 활용되는 동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을 역임했다. 주 대표는 이번에 에코프로비엠의 구원투수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셈이다.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 자리에 외부출신 인사가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소재 다각화를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신임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