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바이트댄스는 창업자인 장이밍이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 2021년 11월 공동창업자인 량루보를 새 CEO로 선임했다.
량루보는 바이트댄스의 핵심 플랫폼사업인 틱톡의 최고기술책임자로 일했다. 바이트댄스가 출시한 대부분의 플랫폼 및 서비스 연구개발을 총괄했으며 인사 및 채용 관리도 담당했다.
틱톡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위기감이 퍼지자 바이트댄스는 기술과 인력 관리에 모두 전문성을 인정받은 량루보에게 새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중책을 맡긴 셈이다.
량루보는 CEO 취임 직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바이트댄스의 비핵심 사업을 밀어내고 핵심 사업부문을 틱톡과 교육사업, 원격근무사업, 게임사업 등으로 나눴다.
이후 틱톡의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추가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파생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면서 변화를 이끌어 나갔다.
중국 매체들은 장이밍이 틱톡 출시를 주도해 바이트댄스에 '거대한 성'을 쌓았다면 량루보는 성 안에 다양한 생태계를 구축해 더 많은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 량루보, 틱톡 성장 한계 극복에 힘 실어
틱톡과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의 성장세가 정체기에 들어서자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매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2021년 11월 중국 현지 매체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바이트댄스 내부 관계자는 지난 6개월 동안 바이트댄스 중국 광고 매출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멈추며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매출은 2020년 기준 바이트댄스 연간 매출의 77% 비중을 차지한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바이트댄스 연매출은 2016년 60억 위안(1조1481억 원)에서 2018년에 500억 위안(9조5675억 원)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1400억 위안(26조7890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매출은 2366억 위안(45조2805억 원)으로 2019년보다도 111% 늘었다.
하지만 2021년 연간 매출은 580억 달러(70조6266억 원)로 2020년보다 70% 증가하는 데 그쳤다.
틱톡과 더우인 등 플랫폼이 세계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익 모델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지적됐다.
바이트댄스는 몇 년 동안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이 의료, 교육, 문화미디어, 플랫폼 기업, 부동산 등 여러 영역의 벤처기업을 인수하며 투자제국으로 몸집을 키우다가 2021년부터 핵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제외하고 모두 정리하기 시작했다.
창업자인 장이밍이 량루보에게 CEO 자리를 넘겨주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사업을 정리하면서 자신과 다른 성장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다.
량루보는 CEO에 오른 뒤 틱톡 플랫폼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진했다.
그는 3월25일 열린 바이트댄스 10주년 연회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강조하면서 “사회를 이해하고 이용자와 가까이하며 이용자를 철저히 분석해 완벽하게 서비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량루보는 이런 철학에 따라 틱톡의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시장 조사를 철저하게 하도록 지시한다.
브라질 시장에서 틱톡 매출이 오르지 않자 담당자들이 직접 브라질에 방문해 이용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현지인 생활,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브랜드와 모델, 인터넷 환경 등을 파악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담당자들은 해변이나 시골 마을, 산에서 틱톡 앱을 이용할 때 콘텐츠 재생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파악하고 기술적 취약점을 보완한 결과 브라질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량루보는 앞으로도 틱톡의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틱톡과 연계할 수 있는 파생사업도 적극적으로 키워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다양한 파생사업 통해 수익원 확보
틱톡은 일평균 음악 재생 횟수가 70억 회에 이르는 만큼 해마다 수많은 인기곡들을 배출해 낸다. 오래 전 발매된 음원이 인기를 얻기도 하고 무명 아티스트가 낸 음원이 틱톡 콘텐츠 인기곡으로 선정되면서 유행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틱톡은 저작권 문제 때문에 전곡을 재생할 수 있는 음원이 많지 않았고 이용자들이 음원을 끝까지 듣기 위해선 다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용자들이 틱톡 콘텐츠 제작에 사용하는 음악 재생 수수료도 틱톡 파트너사인 텐센트뮤직 등이 가져간다.
량루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3월 아티스트만을 위한 글로벌 음악 배포 및 마케팅 플랫폼인 사운드온을 틱톡을 통해 출시했다.
아티스트는 사운드온에서 자신이 창작한 음악을 바이트댄스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레쏘에도 올릴 수 있다.
사운드온은 아티스트 음악이 틱톡 동영상이나 틱톡 광고에서 이용되면 등록 첫해 로열티 수익을 100% 아티스트에게 지급한다. 다음해에는 90% 수익을 지급한다.
틱톡은 사운드온을 통해 자체 아티스트와 음원풀을 확보한 뒤 음악 재생 수수료를 틱톡과 아티스트만 나누는 수익구조를 들고갈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내 플랫폼 더우인에서만 운영하던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글로벌 플랫폼인 틱톡에도 도입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2021년 7월 틱톡을 통해 인도네시아, 영국 등 시장에서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도입하다가 현재는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까지 적용대상을 넓혔다.
또 자체 전자상거래 앱 Fanno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5개 유럽 나라에 출시해 가격대비 성능과 품질이 좋은 제품들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Fanno 앱 이용자 수가 안정되면 유럽 시장을 겨냥해 틱톡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더 공격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바이트댄스는 중국에서 회원 수 1억 명이 넘는 토마토소설이라는 무료 웹소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량루보가 바이트댄스 핸들을 쥐고 난 뒤에는 유료 웹소설 앱을 5개나 출시해 유료 구독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2022년 2월에는 일본에 웹툰 서비스 앱 피조툰을 출시했다. 일본은 우리나라 카카오픽코마의 픽코마와 라인의 라인망가 등 카카오, 네이버 계열사들도 진출한 인기 웹툰시장이다.
이후 한국 웹툰 및 웹소설 업체 키다리스튜디오에도 480억 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투자금으로 중국과 일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바이트댄스 웹툰 플랫폼에 들어갈 작품도 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키다리스튜디오 등이 제공하는 다양한 지식재산(IP)을 틱톡 플랫폼에서 동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현지 매체 자모방은 량루보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량루보는 틱톡의 수익구조를 탄탄하게 다변화해야 하는 동시에 경쟁자이자 핵심 광고주인 알리바바, 텐센트와의 관계도 유지하면서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한다. 노녕 기자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탐구-바이트댄스 량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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