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C현대산업개발이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을까.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일어난 두 건의 붕괴사고에 따른 행정처분 국면에 들어갔다. 서울시가 지난달 말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는 시작일 뿐 추가 처분이 남아있다. 최악의 경우 등록취소 처분이 나올 수도 있다.
▲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각자대표이사 사장. |
HDC현대산업개발은 일단 법적 대응을 통해 행정처분의 강도를 낮추거나 실행을 늦추려 하고 있다. 결과가 어떠하든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제부터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한다.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건설업계 전체가 지켜보고 있다.
대형건설사들 사이에서 신규수주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현대건설과 GS건설과 맞대결이 펼쳐질지 주목된다.
현대건설은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9200억 원)을 노리고 있는데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들고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GS건설도 노리는 곳이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를 앞세워 참전한 수주전에서 그 동안 딱 한 번 졌다. 지난 2020년 1월 한남하이츠(현 한남자이더리버) 수주에서 쓴 잔을 들었는데, 상대가 바로 GS건설이었다.
부산 우동3구역은 4월1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마감된다.
◆ HDC현대산업개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국면 돌입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에 관한 행정처분을 두고 법적대응에 들어간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3월30일 서울시가 광주 학동 붕괴사고 부실시공 혐의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리자 공시를 통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및 처분취소 소송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에 관한 행정처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서울시에 등록말소를 비롯애 관계법상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데 따라 신속전담팀을 구성해 6개월 안에 처분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서울시는 국토부의 요청에 따라 등록말소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등록말소 처분을 내리려면 법적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내부에서는 곤혹스럽다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가 입법미비 등 상황을 알면서 그렇게 알아서 하라는 식의 요청을 내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국토부에서 이런 요청을 해 올 줄 몰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등록말소와 영업정지 처분의 세부기준을 대통령령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령인 건산법 시행령에서는 영업정지 처분의 세부기준을 규정한 조항은 있지만 등록말소 관련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 없다.
다만 국토부와 날을 세울 사안이 아닌 만큼 법적 검토를 거쳐 등록말소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자문을 구한 바에 따르면 등록말소를 내릴 수 있다는 의견과 없다는 의견이 양쪽 모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 현대건설, ‘디에이치’ 앞세워 조 단위 월척 낚을 듯
현대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앞세워 광역시에서 조 단위 도시정비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2월2월 대전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장대B구역(공사비 8871억 원)을 시작으로 서울의 한강변 위주로 적용됐던 디에이치를 대규모 광역시 도시정비사업에도 적극 적용하고 있다.
광주 광천동 재개발(공사비 1조1천억 원)사업에 디에이치를 제안했다. 지난 3월15일 2차 입찰을 마감한 결과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입찰해 수주가 유력하다.
하지만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9200억 원)을 두고는 GS건설과 맞대결을 펼칠 공산이 크다. 4월1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마감된다.
윤영준 사장은 디에이치를 앞세워 참전한 수주전에서 GS건설에게 유일한 패배를 한 만큼 수주전이 성사된다면 자존심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020년 1월 한남하이츠(현 한남자이더리버)를 GS건설에 내줬다. 이 사업은 현대건설에서 수주했던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과 함께 강북권 도시정비사업의 대어로 꼽혔다.
◆ 현대엔지니어링, 사업다각화 위해 폐기물업체 EMK 인수 나설듯
현대엔지니어링이 폐기물업체인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 예비입찰이 4월 말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는 11개의 계열사를 통해 폐기물 소각, 액상 폐기물 처리, 폐기물 매립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의 기업가치는 8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에코비트, 유진프라이빗에쿼티, 이엔에프프라이빗에쿼티 등이 투자소개서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에코비트가 KGETS 환경에너지사업부문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EMK 인수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홍현성 사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에 민감한 건설업 사업구조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재도전도 준비해야 한다.
앞서 홍현성 사장은 지난 3월23일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열린 제21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 대우건설, 시공으로 끝내지 않고 운영수익까지 노려
대우건설은 핵심사업인 주택사업을 탄탄하게 이끌며 신사업 및 해외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홍콩 투자회사와 손잡고 이자·배당 등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디벨로퍼형 수익구조를 만들려 한다. 먼저 거점시장인 베트남 물류사업에 정성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등 해외에서 물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인프라 관련 유망 기업 및 우량 자산에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우건설은 국내에서 이미 콜드체인 방식을 적용해 경남 농협중앙회 밀양물류센터, 경기 군포 복합물류터미널, 부천 로지스틱스파크 등의 물류창고 등을 지은 경험이 있다.
이제까지는 단순히 물류창고 시공에 그쳤다면 앞으로 창고 운영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도록 지분투자도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베트남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의약품, 신선식품 등 수요가 늘어 콜드체인 구축 수요가 늘고 있다. 대우건설은 바로 이 기회를 잡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원전사업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대우건설이 참여한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수주를 노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국내 원전시장도 다시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한국형 차세대 원전모델인 'APR1400(신형경수로)'을 앞세워 경쟁사보다 30%가량 낮은 사업비용을 제시하며 수주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백정완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국내 원전 시장을 노려 특별히 소형모듈원전 기술 확보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DL이앤씨, 호주에서 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 사업 시동 걸어
DL이앤씨가 호주에서 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CCUS) 사업을 추진한다.
DL이앤씨는 호주 친환경 비료제조기업인 뉴라이저(NeuRizer)와 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수행하는 우선계약 합의서를 체결했다.
DL이앤씨와 뉴라이저는 오는 4월 안에 세부조건 협상과 본계약 체결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사업은 5메가와트(MW) 용량의 소형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연간 5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 및 저장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DL이앤씨는 개념설계와 기본설계가 완성된 뒤 발주가 예정돼 있는 약 1천억 원 규모의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수주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는 “글로벌 CCUS 사업의 첫 발걸음인 호주를 시작으로 앞으로 중동, 북미, 유럽 등에서 글로벌 탄소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 사업의 EPC 분야에서도 올해부터 2024년까지 누적 수주 1조 원을 달성하고 2025년부터는 매년 1조 원의 수주규모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포스코건설, ‘친환경 시멘트’ 사용 확대
포스코건설이 수재슬래그 시멘트를 이용한 친환경 아파트 건설을 본격화한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 시멘트회사, 레미콘 회사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앞으로 친환경 시멘트인 ‘포스멘트’의 사용량을 늘리기로 했다. 포스멘트는 포스코의 고로에서 나오는 수재슬래그로 만드는 시멘트를 말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수재슬래그 시멘트 20만 톤을 사용했는데 올해는 사용량을 30만 톤으로 늘리고 내년에는 45만 톤 이상까지 확대해 전체 시멘트 사용량의 53%를 수재슬래그 시멘트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재슬래그 시멘트는 원료를 굽는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일반 시멘트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다. 가격도 일반 시멘트보다 약 10% 정도 저렴해 포스코건설로서는 건설 원가 절감도 이룰 수 있다.
포스코건설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모그룹인 포스코가 제시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2020년 12월 ‘포스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5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 SK에코플랜트, 4월 들어 기업공개 본격 돌입
SK에코플랜트가 고체산화물 수소연료전지의 핵심부품 국산화를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미국 블룸에너지가 합작해 만든 블룸SK퓨얼셀이 이전까지 수입에 의존하던 수소연료전지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수소연료전지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10월 한국수력원자력, 블룸에너지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수소연료전지 부품 국산화에 나섰는데 5개월 만에 빠르게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수소연료전지 핵심 부품 국산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여 국내 수소연료전지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산퓨얼셀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 절차에도 본격 돌입했다.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고 4월 주관사를 최종 선정한다.
SK에코플랜트는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진행하며 구체적 일정은 4월 선정되는 주관사와 협의 후 확정한다.
◆ 호반건설, 한진칼 2대 주주로 우뚝 서면서 배경에 관심 집중
호반건설이 KCGI로부터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넘겨받아 2대 주주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KCGI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의 핵심에 있었던 사모펀드로 호반건설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가 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이 조원태 회장의 우군이 될지 적군이 될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호반건설이 지분 추가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그룹 경영권 분쟁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를 떠나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이유를 놓고 여러 시선이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대규모 복합개발사업들은 모빌리티와 결합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인 만큼 한진칼 지분 인수를 본업인 건설업분야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호반건설은 건설업 외에도 리조트와 골프장 등을 인수하며 레저사업으로도 발을 뻗어온 만큼 이들 사업분야와 시너지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등 문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인 만큼 대한항공의 투자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호반건설은 사모펀드 운용사 KCGI의 한진칼 지분 13.97%를 매입해 한진칼 지분 17.43%를 보유하게 됐다. 호반건설은 인수 목적이 단순투자라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안에 호반건설이 승계 목적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에 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공정위는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담당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호반이 내부거래를 통해 규모를 키운 뒤 2018년 호반건설에 흡수합병된 것을 두고 부당 내부거래에 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안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