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백 사장은 올해 해외매출 반등을 노리고 있는데 러시아 시장에서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고 글로벌 경쟁사들로부터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3일 KT&G에 따르면 백 사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러시아 공장 등 현지법인 사업장은 우크라이나 국경지역과 먼 곳에 있다"며 "현지 생산공장은 정상 가동하고 있으며 담배사업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고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제제가 길어진다면 담배생산과 판매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시선이 없지 않다.
KT&G 관계자는 "현지 원부자재 재고를 충분히 비축했으며 대체선사 발굴 등 재료품 운송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유사시 현지 사업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다"고 말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등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기준(미국현지 시간) 루블화 환율은 달러당 85.75루블로 1년 전 달러당 76.44루블보다 약 12.2% 상승했다.
KT&G는 러시아에 생산공장과 물류를 위한 현지법인 2곳을 운영하고 있다. KT&G의 러시아 매출 규모는 연간 500억 원 수준으로 KT&G의 해외매출 가운데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공장은 KT&G의 해외생산 기지 가운데 2번째로 규모가 크다. KT&G는 2010년 모스크바 인근의 칼루가주(州)에 생산기지를 준공하고 에쎄·블루밍 등의 제품을 연간 48억 개비씩 생산해왔다.
백 사장은 생산기지 운영과 함께 2020년에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과 협업해 궐련형 전자담배인 ‘릴’과 전용 스틱 ‘핏’을 수출하는 등 러시아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백 사장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주목하는 것은 KT&G의 올해 해외시장 매출목표 달성과 관계가 있다.
KT&G의 해외부문(수출 및 해외법인 부문) 매출은 2021년 6858억 원으로 2020년 7399억 원과 비교해 7.3% 줄었다. 백 사장은 올해 해외부문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30.7% 늘어난 8968억 원으로 잡았다.
러시아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담배 시장이다. 담배 판매량이 국내 연간 판매량보다 약 3배가 많아 KT&G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KT&G가 러시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담배기업들이 탈 러시아 행렬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러시아 담배시장은 재판토바코인터내셔널(37%),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32%),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24%) 등의 글로벌 담배기업들이 약 9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이들 상위 3개 담배회사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해 러시아 시장 보이콧을 선언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