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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의 '우측 깜박이'는 꺼지지 않는다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1-24 1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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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김한길의 우클릭 노선'을 놓고 또다시 갈등을 겪고 있다. 김한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가 중도보수를 향한 노선으로 방향을 틀면서 과거 주류였던 친노세력이 반발하고 있다. 김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는 '민주당의 정체성' 논란의 불씨를 당긴 까닭은 무엇일까?

  김한길의 '우측 깜박이'는 꺼지지 않는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우클릭' 논란으로 당내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김 대표는 23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쓴소리를 외부에 하기 전에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있으니 내부에 건의할 것은 하라”며 “얘기할 게 있으면 항시라도 당당하게 얘기하라"고 말했다. 이는 김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우클릭 노선을 표명한 데 대해 민주당 내에서 여러 비판의 소리가 바깥으로 흘러나가 증폭되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일침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정청래 의원은 21일 트위터를 통해 “신년부터 '우향 앞으로'라는 말만 들린다”며 “문재인 찍었던 지지자들은 멀리하고 박근혜 찍었던 사람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라고 직설적으로 김 대표를 비판했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 지도부의 우클릭 행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김 대표 13일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촉발됐다. 김 대표는 회견에서 햇볕정책 수정과 북한인권민생법 제정 등 기존 민주당의 대북 정책에 변화를 꾀하는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북한의 인권과 민생을 개선하기 위한 '북한인권민생법'을 마련하겠다"는 말로 이전까지 북한 인권에 대한 논의를 거부했던 민주당과 사뭇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김 대표의 우클릭 노선은 그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17일에는 연평도를 방문해 “평화를 파괴하는 일체의 무력 도발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햇볕정책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신년 기자회견 이후  "햇볕정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민주당 내부의 비판과 함께  NLL 포기라는 새누리당의 공격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해 '안보 의지'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대표는 경제 분야에서도 ‘분배’ 중심의 기존 민주당의 기조와는 달리 ‘성장’ 중심으로 대기업 유화 정책을 꾀하고 있다. 그는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성장을 중시하고 대기업과 교류의 폭을 확대하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20일 호남방문 때 지역 대기업 및 중견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연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이런 행보는 중도보수 세력을 포용해 민주당의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안철수 신당까지 등장하며 민주당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우쿨릭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 지도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우클릭 노선이 단순히 중도세력 끌어안기가 아니라, 김 대표 본인의 색깔을 분명하게 내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예전에도 김 대표는 실용중도 노선으로 야권분열의 빌미를 제공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 김 대표는 유시민 의원의 개혁파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김 대표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중도개혁세력을 주창하며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2007년 열린우리당, 2008년 민주당과 통합하기까지 야권은 분열돼 있었다.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를 내세웠으나 한나라당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크게 패했던 것도 이런 분열의 여파가 일부 작용했다.

김 대표의 민주당 우클릭이 불씨가 된 갈등은 적당히 봉합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치열한 노선 다툼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자리수 가까이 떨어진데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 내부 결속력을 다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극복해서 민주당이 하나로 뭉치는 데에 진력할 것”을 선언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체성' 논란은 언제든지 강력히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견해는 일치한다. 지지율이 계속 바닥을 치고 안철수 신당이 위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지방선거에 크게 패배할 경우 민주당은 노선투쟁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서 "도대체 민주당은 뭐 하는 정당이냐"는 의문은 넓고도 깊게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우클릭 노선은 이미 그 불씨를 피워놓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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