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미국 그래픽반도체(GPU) 전문기업 엔비디아가 앞으로 인텔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활용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 신산업 분야로 진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2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현지시각으로 23일 열린 온라인 콘퍼런스를 통해 “인텔과 파운드리 협력을 논의하는 데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TSMC에 대부분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으며 일부 물량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인텔이 엔비디아의 파운드리 물량을 확보하게 된다면 엔비디아가 기존의 협력사에 맡기던 물량을 축소하거나 관계를 끊고 인텔에 의존을 높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젠슨 황 CEO는 기존 파운드리 협력사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인텔이 TSMC 및 삼성전자와 경쟁하려면 더 많은 공장을 설립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가 인텔 파운드리를 이른 시일에 이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는 “파운드리 계약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과 달리 오랜 기간을 걸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인텔은 고객사들의 수요에 맞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태도를 보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자체 반도체사업에 집중하다 뒤늦게 파운드리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에 맞서려면 기업 문화와 사업 방식 등에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도 당분간 엔비디아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계속 담당하며 주요 협력사로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젠슨 황 CEO는 “우리 TSMC 및 삼성전자와 맺고 있는 관계는 지난 몇 년에 걸쳐서 형성되어 왔다”며 “하지만 인텔의 파운드리시장 진입 노력도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디지털 신산업 분야의 핵심 업체로 도약하며 시장에서 성장성을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반도체 특성상 메타버스 구현에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 구현을 위해 핵심으로 꼽히는 데다 인공지능 연산에도 기존의 CPU와 비교해 훨씬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PC와 게임기 등 IT기기에 사용되는 그래픽반도체 성능을 꾸준히 높여 내놓는 동시에 인공지능 서버용 반도체와 자율주행 반도체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런 신산업이 본격적으로 개막한다면 자연히 엔비디아의 반도체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반도체 증가의 수혜는 자연히 파운드리업체들에 직접적 수혜로 이어지는 만큼 TSMC와 삼성전자도 신산업 발전에 따른 위탁생산 물량 증가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기술 구현을 위해 높은 수준의 반도체 성능이 요구되는 만큼 미세공정 기술 등 측면에서 앞선 기술을 갖춘 파운드리업체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협력사와 함께 일할 때 상대방은 신뢰하고 의존한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지금까지 이런 전략은 긍정적 성과를 내 왔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