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KEB하나은행이 현대중공업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준 은행이 아닌데도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서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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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자구계획안을 조만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현대중공업에서 자구계획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함 행장이 4월28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을 만나 자구계획안을 요청한 데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자구계획안에 생산직 직원을 포함해 최대 3천 명(10%)을 감축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본사와 조선계열사의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노조는 9일 소식지에서 “주거래은행인지 주채권은행인지 규정하기 어려운 KEB하나은행이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것을 핑계로 경영진이 인력을 구조조정하려는 것으로 말이 희망퇴직이지 권고사직이자 정리해고와 같다”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KEB하나은행이 현대중공업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주채권은행의 자격에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KEB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에 신용공여 1조3천억 원을 내줬다. 이는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보다 적은 규모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임종룡 위원장이 현대중공업의 자구계획안 제출과 이행 여부 점검을 주채권은행에 맡겼기 때문에 함 행장이 권 사장을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이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을 맡는 데는 문제가 없다. 주채권은행은 전체 신용공여 규모, 담보취득액, 채권기업의 의견 등을 참작해 채권은행들이 상호협의해 결정한다.
그러나 산업은행 대신 KEB하나은행이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을 맡은 점은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라는 말도 나온다. 주채권은행이 채권기업의 부실에 대해 큰 책임을 지는 점을 감안해 많은 돈을 빌려준 은행이 주채권은행에 일반적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옛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시절 현대그룹의 주거래은행이자 주채권은행이었다”며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뒤에도 외환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둔 점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은 한번 결정되면 거의 바뀌지 않는다. 주채권은행이 채권기업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면 다른 채권은행에서 여신을 선제적으로 회수하면서 ‘부실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