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이란에서 대규모 수주를 눈앞에 두고 수주 기회가 무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직 업무협약조차 맺지 못하고 지연되는 사업이 있는가 하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만 체결하고 본계약 무산 가능성이 떠오르는 사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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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왼쪽)과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 성과가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란 방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어 기쁘다”며 “이번 이란 순방을 계기로 제2의 중동붐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1일부터 3일까지 이란을 순방하고 돌아왔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으로 66개 양해각서(MOU)를 맺고 371억 달러 규모의 수주 발판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 계약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정부가 성과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아예 MOU조차 체결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현대건설이 추진한 이란 철도공사 두 건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은 박 대통령 순방 기간 중 이란 교통인프라공사가 발주한 파바하르-자헤단 철도공사와 아네흐-타브리스 철도공사에 대해 MOU를 맺으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두 건의 공사규모는 23억 달러에 이른다. 정부가 발표한 경제효과의 6.2%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건설은 “일부 계약조건에 이견이 있어 계획한 날짜에 MOU를 맺지 못한 것”이라며 “발주처의 공사 의지가 확고해 다시 협의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도 대규모 공사 수주 기회를 놓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3일 테헤란~쇼말 고속도로 제3공구 설계 및 시공 MOU를 맺었다. 총연장 121km 중 46km 구간을 맡는 것으로 공사금액은 15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8일 알리 누르자드 이란 교통인프라개발공사(CDTIC) 사장이 “넉달 안에 한국 컨소시엄이 MOU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란 하탐안비아 건설과 계약할 것”이라고 말해 본계약 체결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특정 기업을 대신 계약할 후보로 지목한 데 대해 계약을 서둘러 진행하겠다는 수준이 아닌 다른 의도가 담긴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은 “2개월 이내에 기술제안서를, 4개월 내에 가격·금융제안서를 발주처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본계약을 맺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계약무산 우려를 차단했다.
일각에서 이란이 우리나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은 박 대통령 방문 이후 우리나라가 이란의 인프라 구축사업에 2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란은 경제제재에서 막 해제돼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자금조달 통로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실제로 이란 발주처는 계약을 위해 80~90%의 자금을 국내 기업들이 직접 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이란 방문 경제성과 확산을 위한 민관합동 토론회를 열고 이란 사업진행을 위한 후속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토론회에는 관계부처 인사들과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기업인들이 참석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