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때 한국의 제2도시였던 부산에 이제는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자조 섞인 말이다. 그만큼 부산의 젊은 사람이나 경제활동 인구가 많이 줄었다.
상황이 왜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으로 인재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졸 취업준비생들은 물론이고 지역 내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신입직원들부터 과차장급 경력직원까지 더 좋은 직장을 찾아 수도권행 열차를 탄다.
이에 따라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거나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는 기업들은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자는 가끔 경력자들이 떠난 자리를 채우지 못해 애를 태우는 경영자들로부터 '하소연 전화'를 받곤 한다.
이들은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인사기획, 전사적자원관리(ERP)같은 직무나 특정분야의 연구개발 직무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무 담당자를 제 때 확보하지 못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까 염려했다.
지역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한 일부 기업들은 거주지 제공 같은 특별한 혜택을 제시하면서 수도권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운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아예 채용을 포기하기도 한다. 어떤 경영자는 어렵사리 확보한 직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도권 기업으로 되돌아갔다며 답답해 했다.
지역기반 기업들이 '지역에 연고를 가진' 경력자를 선호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지역균형발전이나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같은 게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이런 거시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지역기반 기업이나 지역에 공장을 둔 기업들의 인재확보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내부회계관리자를 지정해야 했다.
이 때문에 작년 연말까지 부산경남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기업들이 내부회계관리자를 채용하기에 바빴다. 특히 막판에 해당 직무를 담당했던 직원이 이직한 기업에서는 채용이 시급한 현안과제가 됐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부산경남지역은 그동안 직원이 이직하면 지역 안에서 다른 기업의 인재를 채용해 왔다.
그러나 수도권의 대기업으로 지역인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빠져나가면서 일부 기업은 해당 직무 담당자를 수도권에서 데려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시 많은 기업들이 특별혜택을 주면서 인재영입에 나섰는데 직원들 사이 형평성 문제가 불거져 일부 기업들은 홍역을 앓아야 했다.
내부회계관리자 채용 소동은 좀 특별한 상황이긴 했지만 부산경남지역에서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가끔 이런 소동이 벌어진다.
생산, 품질, 환경·보건·안전(EHS) 등 특정분야의 인력들이 한꺼번에 수도권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면 지역기반 기업들 사이에 연쇄충원 바람이 불게 된다.
특히 최근 들어 수도권 기업들의 인재확보 노력이 활발해지면서 부산경남지역 내 생산관련 직무 경력자의 수도권 유출도 함께 늘고 있어 지역기반 기업들 사이에서 인재확보전쟁이 잦아지고 있다.
지역기반 기업이나 지역에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는 기업에서 장기근속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 확보는 이제 경영의 핵심과제다.
지역기반 기업들의 써치펌 활용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흔히들 헤드헌팅 또한 수도권 기업에서 활발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역기반 기업들도 수도권 기업들 못지 않게 인재를 찾기 위해 써치펌을 많이 활용한다.
커리어케어가 2012년 더사우스센터를 오픈한 것도 영남권을 비롯한 지역기반 기업들의 써치펌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었다. 대체로 지역기반 기업들은 수도권 기업들에 비해 인재확보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써치펌 활용 필요성도 더 강하게 느낀다.
인재확보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대기업이든 중소벤처기업이든 차이가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인재는 중견기업이나 중소벤처기업 경영자들에게 더 절실한 현안일 수 있다.
지역기반 기업들이 인재확보를 위해 전문 헤드헌터들의 도움을 더 자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황민진 커리어케어 더사우스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