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 경제가 올해부터 급격한 물가 상승과 경제성장 둔화를 동시에 겪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경제를 본격적 회복세로 돌리는 일이 더욱 늦춰질 수밖에 없어 주식시장에도 충격이 퍼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CNBC는 17일 증권사 골드만삭스 분석을 인용해 “현재 경제상황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에서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경제성장 속도는 느려지면서 실업률은 높아지는 총체적 경기 악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돼 기업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타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정부 지출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30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이끌었던 주요 원인은 전염병 또는 전쟁”이라며 “지금은 2년 사이에 두 사건이 모두 발생하는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바라봤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 공급망 차질과 물류난에 영향을 받아 급등하던 소비자물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에 더 가파른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1배럴당 135달러, 내년에는 11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고유가 상태가 내년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오일쇼크 상태가 발생하며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높은 유가는 경제성장 둔화로, 결국 주식시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갈수록 많은 종목이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증시에 당분간 악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3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계 펀드매니저의 약 62%는 올해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2월 진행한 조사와 비교해 2배 늘어난 수치다.
신용평가사 피치도 현지시각으로 16일 낸 보고서에서 유럽 국가들의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내놓았다.
미국과 유럽 이외 다른 국가들도 대부분 심각한 인플레이션 위기에 놓인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성장 저하와 증시 하락이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결국 2008년 발생한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재현되며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극복하려 힘쓰고 있는 각국 정부에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미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주식시장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에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의 비중도 2008년 금융위기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등 여러 변수가 주식시장에 공포감을 불러오고 있다”며 “세계 경제성장에도 큰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JP모건은 아직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현실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지만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소비자활동 지표를 볼 때 경제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가치도 올해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미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힘을 갖추고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소비재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중국 코로나19 봉쇄조치 장기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로 꼽혔다.
JP모건은 “미국 증시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반영해 거래되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유럽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미국과 비교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