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03-04 1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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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인체 미생물) 전문기업 지놈앤컴퍼니가 글로벌 제약사 미국 MSD와 손잡고 신약개발에 나선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이사는 신약 연구개발과 의약품 생산 및 상업화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통합형 제약사’를 꿈꾸고 있다.
▲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이사.
지놈앤컴퍼니는 현재 미국에 마이크로바이옴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있는데 외부와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까지 강화하면서 배 대표의 비전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지놈앤컴퍼니는 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MSD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EN-001에 관한 임상시험 협력 및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GEN-001과 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요법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2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스폰서로서 임상 시험을 총괄하고 MSD는 공동연구자로서 임상 시험에 사용되는 키트루다를 공급한다.
배 대표에게 이번 협력은 단순히 새로운 임상 파트너를 구한 것 이상의 사업적 의미를 지닌다.
키트루다는 현존하는 최고의 면역항암제로 불리며 면역항암제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GEN-001은 병용요법을 통해 키투루다가 공략하지 못했던 담도암 면역항암제에 진입하는 한편 키트루다가 기존에 가진 처방시장을 함께 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GEN-001의 적응증이 담도암으로 새롭게 확대되는 것도 지놈앤컴퍼니에 긍정적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앞서 독일 머크, 미국 화이자와 협력해 고형암 및 위암에 관한 임상을 진행해왔다.
지놈앤컴퍼니는 면역항암제시장에서 고형암 및 위암 분야를 ‘퍼플오션’으로, 담도암 분야를 ‘블루오션’으로 표현했다. 치료방법이 제한적인 담도암 분야의 시장성이 훨씬 더 크다는 뜻이다.
담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환자의 5년 생존률이 5~15%에 불과하다. 부작용이 큰 화학요법 이외에 치료방법도 많지 않다. 비교적 부작용이 덜한 면역항암제가 다수 개발되고 있지만 담도암 분야에서는 아직 치료제로 승인된 사례가 없다.
배 대표는 MSD와 협력을 기반으로 지놈앤컴퍼니를 통합형 제약사로 정착시키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놈앤컴퍼니는 GEN-001 이외에도 뇌질환, 산과질환, 피부질환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또 단순히 연구개발에만 집중하는 대부분의 바이오벤처와 달리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 미국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위탁개발생산(CDMO)기업 리스트랩스를 인수한 데 이어 현지 법인 리스트바이오를 설립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신공장은 2024년 완공될 것으로 예정됐다.
▲ 서영진 지놈앤컴퍼니 부사장이 4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놈앤컴퍼니의 사업전략과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
마이크로바이옴은 최근 바이오의약품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지만 글로벌 생산능력은 제한적이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생산능력을 보유함으로써 자체 신약의 상용화를 뒷받침할뿐 아니라 마이크로바이옴 공급자 역할도 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기술이전하는 경우에도 생산능력은 중요하다. 판매권을 가진 협력사에 자체적으로 의약품을 생산해 공급하면 판매권과 생산권을 모두 넘기는 경우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배 대표는 자체 생산능력을 구축함으로써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시장이 개화할수록 지놈앤컴퍼니가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 지놈앤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위탁생산시장의 공급부족은 2020년 12.0%에서 2024년 40.3%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통합형 제약사 모델은 장기적으로 지놈앤컴퍼니의 재무구조를 공고히 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억5천만 원, 영업손실 372억 원을 거둬 수익성이 부진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마이크로바이옴 위탁생산사업이 향후 새로운 자립 기반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영진 지놈앤컴퍼니 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로바이옴기업 가운데 완전 통합형 제약사를 추구하는 기업은 지놈앤컴퍼니뿐이다”며 “마이크로바이옴 위탁생산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해 신약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