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명보험사 7곳이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줄줄이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 보험사의 경영진들이 무리하게 자산확대 경쟁을 벌이다가 자산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자 막대한 투자손실을 겪게 된 것이다.
경영진들은 자산거품붕괴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재난이라며 변명하기 급급했지만 이들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깨진 고객들의 보험해약이 급증하면서 차례로 파산하고 만다.
이같이 보험은 신뢰를 전제로 한다.
특히 보험회사는 많은 고객의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보험업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최근 삼성화재는 새 배당정책을 내놓았다.
삼성화재는 21일 실적발표 콘러펀스콜에서 앞으로 배당성향(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이 아닌 ‘안정적’ 주당 배당금에 초점을 맞춘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2021년까지 배당성향을 50%까지 확대하겠다던 당초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삼성화재의 새 배당정책은 신사업을 확대하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재원을 확보해 놓아야 하는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새 배당정책을 내놓기에 앞서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깨뜨린 것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주당 배당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만약 순이익이 크게 줄더라도 과연 삼성화재의 새 약속대로 주주들이 만족할 만큼의 배당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삼성화재 종목토론실에는 투자자들의 불만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삼성화재가 배당성향 50%라는 달콤한 약속으로 개미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와 주가를 올려놓고는 이제와 말을 바꾼 것은 단순 거짓말이 아니라 ‘사기’라며 성토했다.
다른 투자자는 삼성화재 IR 담당부서의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매일 1통씩 회사에 항의 전화를 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주주와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저버린 결과는 삼성화재 주가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삼성화재 주가는 21일 새 배당정책을 발표한 콘퍼런스콜 이후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1만 원대를 유지하던 삼성화재 주가는 콘퍼런스콜 다음날인 22일 급락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의 약속 위반이 주주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손바닥을 뒤집는다는 표현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권은 물론 미국,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등 서양권에서도 모두 '쉽다'라는 뜻을 담고 자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나라의 말에서도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저버려도 신뢰에 문제가 없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