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면서도 높은 수준의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이 결국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갈수록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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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왼쪽)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4월29일 삼성중공업에 자구계획 자료를 제출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앞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4월28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을 직접 만나 자구책 마련을 요구했다.
조선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는 4월26일 정부가 구조조정협의체 회의에서 내놓은 조선업종 관리대책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추가 인력감축과 급여체계 조정 등 기존 대우조선해양이 내놓은 자구안을 뛰어넘는 수준의 구조조정 방안을 예고했다.
정부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을 자율에 맡기되 주채권은행의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채권은행을 소집해 자구계획을 협의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주채권은행을 통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도 전달된 셈이다. 이미 공개된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계획으로 비춰볼 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높은 수준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 3사는 4월에 수주 실적을 한 건도 올리지 못했다. 월간 기준으로 세 회사가 나란히 수주 제로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심각한 수주절벽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이미 자산매각과 비용절감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나름의 자구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이 나선 이상 기존 자구안을 뛰어넘는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력감축이 주목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아직 공식적으로 인력감축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조선 임원 25%를 내보내고 100여 개 조직을 줄이는 등 사전작업을 하고 있어 인력감축 가능성이 크다.
삼성중공업도 내부적으로 공정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조직축소와 인력감축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의 자구계획 제출 요구는 조선 3사에게 대규모 감원의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정부의 자구계획 요구에 대해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부실 경영으로 엄청난 손실을 준 기업주에는 면죄부를 주는 책임회피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앞서 회사가 내놓은 자연적 인력감축안 외에 추가 희생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4일 울산조선소에서 올해 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4월29일과 30일 상경투쟁을 벌였다. 노조 간부와 대의원 1백여 명이 서울역, 광화문, 동대문 등지에서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시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