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인 펄어비스 대표이사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도 얼굴이 어둡지 않았다.
2021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정경인 대표는 차세대 엔진인 '블랙 스페이스 엔진'의 성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규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15일 펄어비스에 따르면 자체개발한 차세대 엔진인 블랙 스페이스 엔진은 붉은사막과 도깨비, 플랜8 등 게임 이외에도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에도 활용된다.
정 대표는 15일 열린 2021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여러 차례 블랙 스페이스를 언급했다.
그는 "차세대 엔진과 제반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차세대 엔진의 퍼포먼스가 상용화 엔진과 비교해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활용 분야도 게임 개발을 넘어서 확장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펄어비스가 게임과 메타버스 개발에 필요한 엔진을 자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했을 때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자체엔진은 상용엔진보다 성능 확보가 어렵고 개발 역시 쉽지 않지만 개발하게 되면 이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상용엔진은 추가하고 싶은 기능 등이 있으면 엔진 개발사에 의견을 전달하고 기능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반면 자체엔진은 그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어 개발과 이후 업데이트 및 수정 과정의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자체엔진은 상용엔진과 비교해 엔진을 이용하는 데 따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만큼 개발 비용 절약 효과도 있다.
펄어비스는 직원 가운데 개발자 비율이 70~80%로 국내 게임사 중 비중이 가장 크다. 그만큼 게임 및 엔진 개발과 관련해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정 대표는 블랙 스페이스 엔진으로 개발되고 있는 게임 붉은사막과 관련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차세대 엔진으로 구현한 붉은사막의 그래픽과 액션, 타격감을 고려하면 경쟁작을 뛰어넘는 좋을 성과가 기대된다"며 "최고의 게임을 선보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과 관련된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선 블록체인 기반 P2E(플레이투언, 게임을 플레이하며 돈을 버는 것)게임 도입을 추진한다.
정 대표는 "몇년 동안 P2E 관련 기술을 연구하며 도입 가능성을 검토해왔다"며 "현재 준비 중인 사항을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빠른 시일 안에 단계적으로 관련 내용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펄어비스와 자회사 CCP게임즈가 오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운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유지, 관리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안정적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현재 출시된 검은사막, 검은사막 모바일 등에 P2E를 적용하는 것보다 앞으로 출시될 신작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 같다"며 "메타버스와 P2E게임 등은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을 위해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진출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중국 출시와 관련해 비공개 테스트(CBT)와 출시 날짜가 확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2분기에도 출시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정 대표가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진출에 더해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한 데는 지난해 실적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부진을 털기 위해 추가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펄어비스는 2021년 연결기준 매출 4038억 원, 영업이익 430억 원, 순이익 611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0년보다 매출은 17.4%, 영업이익은 72.6%, 순이익은 39.4% 줄었다.
2021년 4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매출 1180억 원, 영업이익 257억 원, 순이익 108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7%, 28.8%, 860.9% 각각 늘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