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 지주사 세아홀딩스가 자회사 세아베스틸의 중간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기업가치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상단에 있는 순수지주사 세아홀딩스의 역할이 세아베스틸지주의 설립으로 역할이 모호해질 수 있어 지주사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른바 ‘지주사 할인’ 현상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세아베스틸 로고.
8일 세아베스틸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3월25일 열리는 세아베스틸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을 바탕으로 하는 지주사 전환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세아베스틸의 모회사인 세아홀딩스가 세아베스틸 지분을 61.72% 쥐고 있어 임시 주총의 통과에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아베스틸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62.65%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총에서 세아베스틸 지주사 전환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회사의 분할 등의 안건은 주총의 특별결의 안건으로 주주총회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그 찬성한 주식 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면 통과된다.
더구나 모회사인 세아홀딩스가 확보한 주식 수는 2213만5633주로 세아베스틸의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인 1195만 주보다 많다는 점에서 안건 통과가 유력하다.
다만 세아홀딩스는 세아베스틸 분할로 중간지주사인 세아베스틸지주가 설립되면 ‘옥상옥’의 지배구조가 돼 기업가치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옥상옥은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는다는 뜻으로 불필요하게 이중으로 하는 일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옥상옥 지주사’ 지배구조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했다. 하지만 기업결합이 무산되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중간지주사로서 역할이 애매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세아홀딩스는 애초 자회사 주축 사업이 특수강에 한정돼 있는데 특수강 사업을 총괄하는 중간지주사가 설립되면 모기업의 기업가치 할인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지주사 할인은 지주사가 일반적으로 사업회사보다 투자자들로부터 저평가받는다는 뜻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원인으로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돼 있어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 문제가 꼽힌다. 더블 카운팅은 실질적으로 영업능력을 갖춘 곳은 한 곳뿐인데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돼 있어 중복으로 적용된 만큼 지주사에서 이를 할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현재도 세아홀딩스는 주요 자회사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 2곳이 모두 상장해 기업가치 측면에서 저평가된 상태다. 그런데다 세아베스틸 물적분할 뒤 세아베스틸지주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면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7일 종가 기준으로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의 시총 규모는 5702억 원, 세아특수강 시총 규모는 1259억 원이지만 세아홀딩스 시총 규모는 3952억 원에 그친다.
자회사 지분율대로라면 세아홀딩스의 시총 규모는 세아베스틸 시총 규모의 61%, 세아특수강 시총의 68%를 더한 4334억 원 이상이 돼야 하지만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기존 세아베스틸 자회사들의 기업가치가 세아베스틸지주에 반영될 수는 있지만 지배구조상 그 위에 자리잡은 세아홀딩스로서는 제대로된 가치 평가가 이뤄지기 쉽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세아그룹은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 등 2개 지주사 체제로 이뤄져 있다. 두 지주사는 각각 특수강과 강관사업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아베스틸지주가 특수강 사업을 이끌게 된다면 세아홀딩스의 역할이 더욱 줄어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아베스틸은 앞서 지주사전환과 관련한 자료를 내고 세아베스틸지주가 특수강과 관련한 신사업 투자 및 육성 등을 특수강사업 전체를 이끌어 기업가치 증대를 이끌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세아홀딩스가 맡은 역할과 큰 차이가 없다.
세아홀딩스는 순수지수사로 자회사의 경영 및 관리 이외에 다른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다. 실제 세아홀딩스 사업보고서에서도 자회사 등에 대하여 지배와 투자, 경영자문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신설되는 사업회사 세아베스틸의 기업공개 추진과 관련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지주사 할인현상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세아베스틸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신설되는 사업회사 세아베스틸을 놓고 기업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포스코처럼 정관에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움직임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세아베스틸지주가 자금 확보를 위해 사업회사 세아베스틸까지 앞으로 상장하게 된다면 '지주사 할인’ 구조가 이중으로 형성돼 세아홀딩스 기업가치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시각에 대해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세아홀딩스는 그룹의 지주사로서 거시적 관점에서 그룹의 주력 사업인 특수강과 강관 사업의 시너지 창출 및 각 계열사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IT, 물류 등의 그룹 차원에서의 경영관리, 그룹 차원의 전략 등을 기존과 같이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그룹 통합으로 참가하는 국제전시회 참가 및 통합 마케팅, 감사, 홍보 등 그룹 지주사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아베스틸이 중간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세아창원특수강이나 세아항공방산소재 등의 세아베스틸 아래 자회사 기업가치가 반영돼 세아베스틸지주 기업가치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