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그동안 속도를 내온 인수합병을 잠시 멈추고 올해 회사 안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진 회장은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신약개발 생태계를 확립한 만큼 앞으로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25일 에이치엘비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는 새로운 인수합병이 추진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인수합병이 많았던 것과 관련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며 “당분간은 기업 인수를 하지 않고 내실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해까지 숨가쁘게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2020년 미국 바이오기업 이뮤노믹테라퓨틱스, 메디포럼제약(현재 에이치엘비제약)을 인수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신약개발 및 백신유통업체 지트리비앤티(현재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 체외진단 의료기기업체 에프에이, 비임상 전문기업 노터스 등을 차례대로 사들였다.
2년 동안 기업 5개를 인수하는 사례는 비교적 인수합병이 자주 일어나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흔치 않다.
진양곤 회장이 이런 인수합병들을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회장이 '기업 사냥'에 적극적으로 나선 까닭은 연구, 비임상, 임상개발, 제조, 유통 등 신약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전주기에 참여할 역량을 모두 갖춰 신약개발을 위한 가치사슬 'HBS(에이치엘비 바이오 에코시스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에이치엘비 측은 노터스 인수를 끝으로 HBS를 완성했다고 본다. 에이치엘비그룹 안에서 신약개발을 위한 절차 대부분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 기업을 찾을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었다고도 볼 수 있다.
진 회장은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에이치엘비 실적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당장 올해부터 에프에이와 노터스 실적이 에이치엘비에 반영되며 에이치엘비가 연간 흑자로 돌아서는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치엘비 헬스케어사업부로 흡수합병된 에프에이의 경우 지난해 매출 1천억 원 이상을 거둬 수백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회용 알콜솜(알콜스왑) 점유율 60%가량을 차지하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에서도 코로나19에 힘입어 판매를 확대하며 고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노터스 역시 실적이 우수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 446억 원, 영업이익 65억 원을 냈다. 앞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연평균 매출 성장률 23%가량을 달성하기도 했다.
진 회장은 이처럼 인수합병으로 거느리게 된 기업들과 소통체계를 확립하는 한편 새로 개발하는 후보물질의 임상 및 상용화 등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기업들과의 화학적 결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에이치엘비는 인수합병 대금으로 현금뿐 아니라 주식을 제공하면서 인수 기업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는 앞서 에프에이와 노터스를 인수하면서 대금 일부를 신주인수권부사채로 대체한 바 있다.
다만 에이치엘비와 별개로 계열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올해 이미 계획된 인수합병을 그대로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지난해 말부터 인수합병 자금 등 1천억 원을 마련하기 위한 사채 모집을 추진하고 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실적이 좋은 기업을 인수 대상으로 모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