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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아담부터 에스파까지, 가상인간 '불쾌한 골짜기' 건너 진화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2-01-25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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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가상인간은 과연 누구일까?

많은 사람이 ‘사이버가수 아담’을 떠올리겠지만 아쉽게도 세계 최초의 가상인간은 한국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세계 최초 가상인간의 고향이다.

세계 최초의 가상인간은 일본의 연예기획사 호리프로에서 1996년에 ‘데뷔’시킨 다테 쿄코다. 호리프로는 게임 내 여성 캐릭터들이 일본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던 점에 착안해 다테 쿄코의 데뷔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다의 전설의 ‘젤다’, 마리오 시리즈의 ‘피치 공주’ 등이 다테 쿄코의 조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후 1999년, 일본에서 인기가 시들해져 가던 다테 쿄코는 당시 한국에 불고 있던 일본 대중문화 개방 바람을 타고 ‘디키’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디키, 다테 쿄코는 우리나라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미 한국에서는 아담소프트가 기획한 남자 사이버가수 ‘아담’과 현대인포메이션에서 기획한 여자 사이버가수 ‘류시아’가 1998년에 데뷔해 큰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다테 쿄코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아담과 류시아의 인기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아담과 류시아는 모두 1999년에 발매된 2집 앨범을 마지막으로 더는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아담과 류시아가 ‘롱런’하지 못했던 이유는 인기보다도 경제적 문제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담과 류시아를 만드는 데 사용됐던 모션 캡처기술은 당시로써는 최첨단 기술이었고 당연히 많은 인력과 자본이 소모되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아담이 몇 분 동안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용은 1억 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담과 류시아가 곧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이유에는 소위 ‘불쾌한 골짜기’ 현상도 한몫을 했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란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제시한 이론이다. 로봇 등이 인간을 아예 닮지 않았을 때보다 어설프게 인간을 닮았을 때 대상을 향한 혐오도가 거꾸로 증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에 따르면 초창기 가상인간인 아담이나 류시아는 인간을 닮기는 했지만 ‘어설프게’ 닮았기 때문에 대중문화의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아담과 류시아의 실패 이후, 한동안 가상인간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잊혀갔다. 그리고 2016년, 미국에서 드디어 현대적 의미의 가상인간이 등장한다. 우리 모두가 이제는 익숙한 그 이름, 릴 미켈라다.

릴 미켈라의 탄생 이후 세계에서는 가상인간 열풍이 일어났다. 2017년에는 영국에서 슈두가, 2018년에는 일본에서 이마(IMMA)가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현대적 의미의 가상인간은 2020년에 싸이더스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오로지’라고 볼 수 있다.

가상인간에는 모델로 활동하는 한 가지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가상인간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

가상인간으로 이뤄진 걸그룹도 있다. 바로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인기 여성 캐릭터들로 구성된 걸그룹, K/DA다. 이 캐릭터들은 처음에는 게임 속의 캐릭터에 불과했지만, K/DA의 데뷔곡 ‘POPSTARS’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얻으면서 가상인간으로서의 생명력도 얻게 됐다.

글로벌 패션회사 루이비통은 2016년 일본의 인기 게임 ‘파이널판타지13’의 여주인공인 ‘라이트닝’을 광고 모델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라이트닝은 세계 유명 패션잡지인 ‘보그’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K/DA와 라이트닝이 원래 가상세계에 존재했던 인간을 현실세계로 불러낸 사례라면, 반대의 사례도 있다. 현실에 이미 존재하는 사람의 가상 인격이 가상세계에서는 새로운 가상인간이 되는 방식이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SM엔터테인먼트의 인기 걸그룹, 에스파(AESPA)다.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은 굉장히 독특하다. 실존하는 사람인 에스파의 멤버들과 1대1로 대응되는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들이 있고, 현실세계 멤버들은 이 아바타 멤버와 서로 소통하고,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서로의 세계를 오가기도 한다.

물론 가상인간의 범위를 확장하면 가상인간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사례는 더 많다. 2021년 초에 우리 사회에 열띤 토론을 불러왔던 ‘이루다’, 혹은 ‘심심이’ 같은 챗봇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가상인간이라고 볼 수 있다.

사이버가수 아담이 릴 미켈라가, 로지가 되는 데에는 약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과연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에는 어떤 가상인간들의 가상세계를, 현실세계를 누비게 될까?

현실의 인간인 우리가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가서, 그 메타버스 속의 가상인간들과 친구가 되고 소통하는, 그런 세상이 곧 올지도 모른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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