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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정몽준 현정은 최은영, '오너 왕관'의 무게 견뎌야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4-26 18: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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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정몽준 현정은 최은영.

최근 기업 구조조정의 한복판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이른바 ‘오너’들이다.

오너(owner)란 사전적 의미에서 소유주란 뜻이다. 국내 재계에서 대주주나 재벌총수 등을 지칭하는 뜻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오너경영, 오너십, 오너리스크, 오너부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통용된다.

  조양호 정몽준 현정은 최은영, '오너 왕관'의 무게 견뎌야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소유하되 경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글로벌 기업들에 비춰 보면 다분히 한국적 현상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오너란 매우 특별한 존재다. 

오너는 직접 기업경영에 참여할 경우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오너 말 한 마디에 잘 나가던 임원들이 무더기로 잘려나가는 게 현실이다. 인수합병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은 오너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이뤄지기 힘들다.

이렇게 ‘오너=소유주’로 인식되지만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들여다 보면 사실과 다른 경우도 많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 지분에서 차지하는 오너의 지분이 미미한 경우가 태반이다.

지난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때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가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손가락 경영’을 해 왔다는 사실 때문에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국내 재벌기업에서 오너의 독단적 경영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이 때 항상 따라붙는 말이 ‘책임’이다. 가령 그 규모나 방식을 따지지 않고 오너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일은 주식시장에서 책임경영의 의지로 해석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오너의 책임경영은 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일 때 빛을 발한다. 또 그것이 상징적 제스처에 그치지 않고 기업을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한 ‘마중물’이 수반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 채권단으로부터 사재출연 압박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 경영개선을 위해 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에게 사재를 출연하고 경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부실에 빠진 한진해운 경영을 떠맡은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다. 정몽준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경영에서 손을 뗀지 오래다. 두 사람 다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중공업의 경영부실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묻기 어렵다.

  조양호 정몽준 현정은 최은영, '오너 왕관'의 무게 견뎌야  
▲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그런가 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 초 현대상선을 구하기 위해 300억 원의 사재를 쏟아부었다.

반대로 한진해운 경영권을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넘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보유주식을 자율협약 신청 직전에 팔아 도마 위에 올랐고 금융당국 조사까지 받을 판이다.

기업의 경영위기는 한 가지 요인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최근 정부발 기업 구조조정의 칼 끝에 선 조선업이나 해운업 위기는 불황의 장기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오로지 경영자의 책임만 묻기 어렵다.

반대로 기업들이 잘 나가면 그것이 오로지 경영자만의 성과로 볼 수 없다. 그런데도 경영자들은 ‘화려한 시절’ 막대한 배당금과 보수를 챙기고 있다. 

오너가 아니었다면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이 불과 40대 초반에, 정몽준 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전무가 33세에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는 일이 가당키나 했을까?  

현정은 회장이 사재출연을 약속한 300억 원은 수조 원 대에 이르는 현대상선의 채무규모에 비하면 ‘껌값’ 수준이다.


물론 돈이 아깝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제 와서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 했다고 발뺌하는 것은 곤란하다. 감원 칼바람에 떠는 직원, 막대한 손해를 입은 투자자와 협력업체, 그리고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금융기업들에게 법적 구속력을 떠나 최소한의 성의표시는 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도의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오너들이 훗날을 도모하는데 훌륭한 명분이 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오너라면 본인들이 써 왔거나 쓰고 있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야 하지 않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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