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한진해운의 자구계획안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출연을 결심할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서 한진해운의 자구계획안을 보완하라는 산업은행의 요구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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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산업은행과 한진해운 측이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는 용선료 협상 등 일부 부분에서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조 회장에게 사재 출연을 압박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신청하며 모두 4112억 원의 자구계획안을 마련했다. 이 안에 용선료 조정을 포함해 선박금융과 금융기관 차입금, 공모회사채 상환유예 등 채무조정 방안이 포함됐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자구계획의 내용이 부족하다며 추가 계획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은 거의 대부분 나왔다”며 “남은 건 조 회장의 사재출연뿐”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26일 대주주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위원장은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부실경영과 관련해 “채권자, 근로자와 함께 대주주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조 회장을 압박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임 위원장은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지분을 전량 매각한 점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직접 조사에 나섰다”며 “만일 위법사실이 있다면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현재 채권단 내부에서 조 회장에게 사재 출연을 강요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일각에서 조 회장이 최소한의 성의표시나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2년 동안 노력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조 회장이 훗날 한진해운을 되찾으려면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 주식관리와 매각준칙’ 제12조(옛 사주에 대한 경영권 부여) 1항에 따르면 부실책임이 있는 옛 사주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하되 사재출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대한 사후평가를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의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박 회장이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재를 출연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2011년 11월 보유 중이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팔아 금호산업에 2200억 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했다.
그동안 자율협약 과정에서 오너들의 사재출연이 없었던 적은 거의 없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최근 300억 원을 내놨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