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또다른 날개를 달았다. 삼성그룹 CTO(기술최고책임자) 출신을 영입했다.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작품이다. 경영 공백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하이닉스에 삼성전자를 개발 DNA를 이식하는 한편, SK그룹 안의 SK텔레콤, SK C&C, SK하이닉스 등 핵심 ICT 관련 기업을 묶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일석삼조’를 겨냥하고 있다.
▲ 임형규 SK그룹 부회장 |
23일 SK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ICT기술•성장추진 총괄직을 신설하고 삼성그룹 CTO 출신 임형규 전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SK그룹 측은 최 회장이 ICT 기술을 통해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로 임 부회장을 추천했으며, SK그룹 CEO들이 나서 삼고초려 끝에 임 부회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에는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임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에 몸담는 동안 비메모리 전문가로 활약했다. 메모리 개발본부장, 시스템LSI사업부문 사장,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의 기틀을 다지는 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임 부회장의 영입은 우선 최 회장 공백의 장기화에 대비해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측면이 강하다. SK그룹은 최 회장 수감 이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그룹을 운영해 왔지만, 아무래도 ‘안정’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임 부회장을 영입하고 수펙스추구협의회에 ICT기술 및 성장추진 총괄로 임명한 것은 이런 현실의 타개책인 셈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술개발 투자에는 조단위의 금액이 투입되는데, 앞으로 의사결정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SK텔레콤과 SK히이닉스를 비롯해 SK C&C를 묶어 시너지 효과를 높이면서 변화하는 IT시장에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이를 통해 그룹 차원의 신사업을 개발해 SK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의 IT 관련 시장은 급격한 융합화로 나아가고 있다. 자동차에 IT기술이 접목되고, 가전 등 다양한 제품을 네트워크로 묶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물인터넷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기술의 융합을 통한 신사업 개발을 미래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SK그룹도 임 부회장 영입을 통해 이런 흐름을 타고 성장하려는 것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그룹이 임 부회장을 영입하면서 수펙스추구협의회 안에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 계획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위원회, 글로벌성장, 커뮤니케이션, 윤리경영, 동반성장위원회로 체제가 마련돼 있는데, ICT기술•성장추진 위원회가 설치되면 특정 기술 및 사업을 대상으로 마련되는 첫 위원회가 된다.
임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갈고 닦은 연구개발 역량을 SK하이닉스에 이식해 SK하이닉스를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결단으로 SK그룹으로 편입된지 올해로 3년째인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해 SK그룹을 사실상 견인하고 있다.
임 부회장의 정확한 업무와 역할에 대해 SK그룹은 “아직 논의 중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한다. ICT기술•성장추진 총괄은 SK그룹 내 ICT 관련 기업인 SK텔레콤, SK C&C, SK하이닉스 내의 기술 성장관련 인력과 조직을 총괄하게 되지만 3사의 R&D조직에 대한 인사권 등을 갖게 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런 설명은 아무래도 삼성전자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임 부회장을 SK하이닉스가 아닌 SK텔레콤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SK텔레콤은 변재완 미래기술원장이, SK하이닉스는 김용탁 개발부문장이 CTO 역할을 맡고 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 대표이사직은 하성민 사장이 계속 맡아 통신사업을 총괄하고 임 부회장은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 를 많이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경영에 직접 나서지는 않겠지만, 그룹내 총괄 CTO 역할을 수행하면서 SK하이닉스의 반도체와 통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임 부회장은 2월부터 정식 출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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