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3사가 2022년 새해에도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이미 2년 치 일감을 확보해둔 만큼 수익성이 높은 선박 쪽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 (왼쪽부터)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2일 조선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2022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지난해보다는 다소 감소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은 3500만 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전망된다. 이는 2019~2020년보다는 높지만 호황을 구가했던 지난해보다는 줄어든 수치다.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 잠정집계를 봐도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은 4573만 CGT로 2019~2020년 평균 2615만 CGT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조선3사는 대규모 일감을 확보한 지난해에 견줘 수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각 조선3사의 IR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수주목표 달성률은 한국조선해양은 146%, 대우조선해양은 136%, 삼성중공업은 123%다.
다만 조선3사는 올해 수주실적 감소 전망을 놓고 큰 걱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3사는 지난해 수주 호황을 바탕으로 이미 2년치 일감을 확보한 데다 도크(선박 건조시설)을 가득 채워 수주과정에서 선박 건조가격 협상력을 더욱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치 일감은 조선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선박 건조가격을 나타내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지난해 11월 153.6포인트로 집계됐다. 매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초 127포인트보다 20% 넘게 상승했다.
특히 조선3사는 올해도 주력 선종인 LNG운반선 중심의 선별수주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LNG운반선은 1척당 선가가 2천억 원이 넘는 고부가가치선박이다.
지난해 조선3사 수주를 분석해보면 대형 LNG운반선 1척당 수주가격은 지난해 초 2천억 원가량에서 지난해 말 2400억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세계적 탄소중립 기조에 발맞춰 LNG는 수소 등 완전 친환경에너지로 전환에 앞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올해 전체 물량이 줄어들다고 해도 LNG운반선 발주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미 조선사와 계약을 진행하고 있거나 올해 발주가 사실상 확정된 LNG운반선이 37척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3사는 지난해 1~11월 세계에서 발주된 LNG운반선 63척 가운데 57척을 수주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2022년 LNG운반선은 LNG 수요 증가, 카타르 등 대형 프로젝트발 발주 등을 고려하면 발주량이 증가할 것”며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조선3사의 독점적 수주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조선3사의 이러한 선별수주는 영업이익 흑자전환의 기반 마련으로 이어진다.
조선3사는 지난해 확보한 수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3사 가운데 과거 수주부진이 덜했던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크게 줄이고 2023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조선3사는 2020년까지 이어진 수주부진 탓에 올해는 큰 폭의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에는 과거 수주부진 영향과 함께 후판가격 상승에 따른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까지 반영하며 큰 폭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 추산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조선3사의 영업손실 규모는 한국조선해양이 6천억 원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1조 원대다.
이 밖에 조선3사는 유가 상승에 따라 계약금액이 1건당 조 단위에 이르는 해양플랜트 발주 증가도 기대하고 있다.
해양플랜트사업의 손익분기점은 국제유가 50~60달러 선으로 여겨지는데 국제유가는 올해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유가는 50% 이상 넘게 올라 2009년 뒤 12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각각 해양플랜트 3기와 2기를 수주했다. 두 회사가 해양플랜트 2기 이상을 수주한 것은 각각 2014년,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재고 드릴십(심해용 원유시추선) 가운데 1척은 용선, 1척은 매매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2022년은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2021년보다 감소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선별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며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1년 이상) 탓에 단기 변동성은 크지 않겠지만 풍부한 수주잔고, 선박 건조가격 회복 추세를 보면 점진적으로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