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법인화 이후 처음 선출한 총장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서울대 교직원 대표기구인 평의원회가 성낙인 교수를 총장으로 선정한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며 이사회에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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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낙인 서울대 총장 최종후보자(왼쪽)와 오연천 서울대 총장 |
성낙인 교수는 간선제로 선출된 첫 서울대 총장이다. 서울대 평의원회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이사회에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와 교직원 정책 평가 순위를 무시하고 총장 최종후보를 선정한 이유를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평의원회는 “이사회가 평가를 무시하고 무기명 비밀투표로 최종후보를 선정한 것은 교내 구성원의 의사를 무시한 것”이라며 “도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서울대 이사회는 오연천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평의원회는 이사회에 현 총장의 입김이 지나치게 많이 개입된 점을 지적했다. 평의원회는 “현 총장이 후임총장 선정에 과도하게 개입한 느낌”이라며 “이 상태로 제대로 개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의원회는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법규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 교수협의회도 20일 “총추위가 석달간 평가한 결과를 이사회가 한번의 투표로 뒤집었다”며 “순위가 낮았던 성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한 절차와 근거를 명백히 밝히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정재 교수협의회 의장은 이사회가 총장 선발 결과를 발표한 직후 총장 선발에 반발해 의장직을 사퇴할 뜻을 밝혔다.
성낙인 교수는 19일 서울대 이사회에서 총장 최종 후보자로 선출됐다. 성 후보는 이사회 투표에서 15표 중 8표를 획득해 최종 후보자로 뽑혔다. 성 후보는 세 명의 후보 가운데 공동2위로 이사회에 추천됐다. 총추위 평가와 대의원 정책평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은 오세정 교수였으나 오 교수는 최종 후보자로 선출되지 않았다.
서울대가 처음으로 시도한 간선제 선거는 선발과정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1년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된 후 총장직선제가 폐지되고 간선제로 바뀌었다.
서울대는 총장 후보 대상자 12명 가운데 대의원 정책평가에서 5명의 예비후보자를 선정했다. 5명의 후보 중 총추위 평가와 대의원 정책평가 결과를 합해 3명의 후보자가 이사회에 올라갔다. 단계별로 후보가 결정된 이후에 평가방식이 확정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총장선출 과정에서 외부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한 교수는 “선거규칙도 정해지지 않는 등 투명한 선거라고 보기 어렵다”며 “학교에 자율권이 없으니 교육부나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 이사는 오연천 총장 외에 변창구 부총장, 임정기 부총장, 나승일 교육부 차관,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