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가 조선과 풍력발전 산업 성장에 실적 증가의 탄력을 받게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배를 도색할 때 필요한 도료와 풍력발전기의 날개를 제작할 때 사용되는 에폭시수지를 생산하고 있는데 백 대표는 관련 산업 호황기를 맞아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29일 금호석유화학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는 전방산업인 조선과 풍력발전 산업의 성장에 맞춰 주력 제품 가운데 하나인 에폭시수지 생산능력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에폭시수지 생산능력을 2022년 1분기에 6만 톤 늘리는데 이어 2023년에 다시 6만5천 톤을 추가하기 위해 위해 증설을 추진한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국내 에폭시수지 연간 생산능력이 26만7천 톤, 중국 합작회사를 포함해 43만 톤으로 글로벌 5위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 대표가 이처럼 에폭시수지 사업을 강화하려는 것은 전방산업인 조선과 풍력발전의 성장세와 관련 깊다.
에폭시수지는 물과 열에 견디는 힘이 좋고 접착력이 강해 선박을 칠하는 페인트나 도료의 원재료가 될 뿐만 아니라 바닥의 미끄럼을 방지하는 코팅제, 풍력발전기의 날개에 활용된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2003년~2008년 상반기까지 나타났던 조선산업 초호황기(슈퍼사이클)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일 정도로 조선업황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에폭시 수지의 쓰임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조선산업 초호황기가 도래할지에 대해 현재로선 섣불리 평가하기 어렵지만 해운업의 호조와 해상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노후선 교체 수요로 조선업황이 상승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풍력발전 산업도 유럽을 비롯한 각 나라들이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키우고 있어 에폭시수지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특히 해상 풍력발전 생산능력을 2020년 기준 12기가와트(GW)에서 2030년에는 60기가와트 이상, 2050년에는 300기가와트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유럽연합이 2050년까지 해상풍력발전 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약 8천억 유로(약 1074조4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전방산업에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에폭시수지의 평균수출 가격도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에폭시 평균수출가격은 톤당 4741달러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16.4% 늘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난야쿠샨(Nanya Kunshan), 장수산무(Jiangsu Sanmu) 등 금호석유화학과 경쟁하는 중국업체 에폭시수지 업체들이 전력난으로 셧다운(일시 가동중단)이 발생하면서 에폭시수지 가격 상승 추세에 힘을 더했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전방산업의 성장과 경쟁업체의 고전으로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이후 백 대표는 에폭시수지 사업을 비롯해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백 대표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선제적 투자로 성장 잠재력을 키워나가겠다" 말했다.
백 대표는 에폭시수지 자체 뿐만 아니라 원료인 에피클로르히드린(ECH)의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OC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에폭시수지 원료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과 OCI의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OCIMSB는 12월 초 모두 3800억 원을 투자해 에폭시수지 원료인 ECH를 10만 톤 가량 생산할 수 있는 합작회사 설립계약을 맺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에폭시수지뿐만 아니라 핵심 제품의 경쟁력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에폭시수지 증설을 잘 마무리해 실적을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