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1-12-27 16: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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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췄던 CJ그룹 경영승계의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임원에 오르면서 CJ그룹의 경영승계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27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은 내년 1월1일자로 식품전략기획1 담당 경영리더에 오른다.
이 부장이 CJ제일제당에 복귀한 지 1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이다.
이 부장은 1990년 5월30일 생으로 올해 만 31세다. 이번 CJ그룹의 임원인사에서 최연소 승진자다.
그동안 CJ그룹 안팎에서는 이 부장이 올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다만 CJ그룹이 연말인사를 앞두고 23일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눠져 있던 기존 6개 직급을 2022년 정기인사부터 ‘경영리더’로 단일화하는 방침을 내놓은 데 따라 이 부장은 경영리더에 올랐다.
CJ그룹에 경영리더가 도입됨에 따라 CJ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기존의 임원 직급 체계에서는 상무대우부터 시작해 부사장을 거쳐 사장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각 직급별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체류 연한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임원직급 통합에 따라 기존의 직급 체계를 하나씩 밟아 올라갈 필요도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체류 연한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물론 그동안 대기업 오너일가 가운데서는 기존 직급 체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초고속 승진을 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선호 부장의 누나인 이경후 CJENM 부사장대우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이 부사장대우는 2011년 CJ주식회사 기획팀 대리로 입사한 이후 6년 만인 2017년 3월 상무대우로 승진하며 처음 임원을 달았고 상무대우로 승진한 지 8개월만인 2017년 11월 상무로 발령받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19년에는 이 부사장대우가 몸담고 있던 CJENM에서 승부조작 사건 등이 불거지면서 승진명단에 오르지 않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연말인사에서는 부사장대우에 올랐다.
하지만 이선호 부장의 경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으로 정직처분을 당했던 점과 사회적으로 성과와 능력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퍼진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경영승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경영리더로서의 성과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존 일반 직원들뿐만 아니라 임원 직급에도 체류연한이 있기는 했지만 임원의 승진은 성과와 능력에 영향을 받을 때가 더 많았다”며 “이번 경영리더 직급 신설은 내부의 이같은 기조를 제도로 만들어 성과와 능력을 더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내년부터 경영리더로서 북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한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성장 전략을 맡게 된다.
앞서 이 부장이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으로 일하며 성과를 낸 비비고 해외 마케팅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업무의 폭이 더 넓어지는 것이다.
이 부장은 비비고 브랜드와 미국프로농구팀 ‘LA레이커스’의 파트너십 체결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는 등 해외에서 진행한 비비고 마케팅에서 성과를 냈다.
CJ그룹 관계자는 “기존 업무와 크게 동떨어지는 업무는 아니고 임원이 되는 만큼 미래 글로벌 식문화 트렌드 등 좀 더 넓은 범위의 식품 전략기획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앓고 있는 지병 때문에 빠르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CJ그룹이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경영권 승계 1순위로 이선호 부장이 꼽혔다.
하지만 이선호 부장은 2019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CJ제일제당에서 정직처분을 받으면서 그동안 승계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고 이경후 CJENM 부사장대우보다 임원 승진이 한참 늦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