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현대중공업 전 사업장에 작업중단을 지시했다. 최근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권 사장이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두고 갈등을 최소화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 현대중공업, 창립이래 최초 전 사업장 작업 전면중단
현대중공업은 20일 하루 동안 전 사업장의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산재사망사고에 따라 자발적으로 작업을 전면 중단한 것은 1972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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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과 협력회사는 이날 오전에 사업장별 각 팀과 반별로 작업현장의 위험요소를 점검한 뒤 오후에 위험요소의 제거방안과 안전작업에 대해 토론했다.
현대중공업은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본부의 성과평가를 1등급 내리고 담당 임원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안전부문을 사업대표의 직속 조직으로 개편하고 안전에 대한 감사와 징벌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협력회사에도 안전관리 전담자를 배치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계약해지 등 강도 높은 제재를 하기로 했다.
권오갑 사장은 이날 전사 조찬회의에서 “최근 연이은 중대재해는 회사 내부의 안이함과 나태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각오로 획기적인 수준의 안전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권오갑, 노조와 갈등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권 사장이 전사의 작업중단이라는 이례적인 초강수를 둔 것은 향후 노조와 갈등이 커지는 것을 미리 방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르면 4월 말 노조와 임금과 단체협상 상견례를 연다.
노조는 회사에 인력의 전환배치시 노사공동위원회 심의, 정년퇴직자 수만큼 신규사원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산업재해 예방관리도 요구하고 있는데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사망사고에 따라 임단협에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인원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장 피로감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며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어 기술력과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사장이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노조와의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근본적 원인제거 없는 대책, 실효성 있나
현대중공업이 이번 대책으로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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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없는 안전대책 만으로는 산재 안전사고가 재발할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드릴십, 원유운반선, 컨테이너선과 발주처의 요구가 반영된 해양플랜트까지 건조하고 있어 작업환경이 모두 다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각 프로젝트마다 매번 안전교육을 해야하는데 비숙련 일용직 인력이 늘어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 조선사 협력업체 대표는 “작업장이 수시로 바뀌고 매번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니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안전문제를 소홀히하는 바람에 사고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19일 “현재 조선업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구조적 원인은 명확하다”며 “현대중공업이 안전보건관리는 뒤로한 채 하청업체에 대해 계약해지를 남발하며 오로지 원가절감과 공기단축에만 열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권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요즘 현장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올해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등의 노력 등을 통해 반드시 흑자달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권 사장이 신년사에서 작업현장의 안전을 강조했던 것과 비교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