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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LG, 공채시험에서 왜 역사 비중 높이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4-18 17: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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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현대차 LG, 공채시험에서 왜 역사 비중 높이나  
▲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가 치러진 17일 서울 강남구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응시생들이 직무적성검사를 마치고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역사란 무엇인가.’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대기업 취업준비생들에게 역사란 ‘바늘구멍’ 입사를 뚫는 데 최대 장애물로 정의될 듯하다.

대기업들은 왜 공채시험에서 역사문항의 출제비중을 갈수록 높이는 것일까?

17일 치러진 삼성그룹 인·적성시험인 ‘GSAT' 직무상식 영역에서 올해도 역사문항의 비중이 높게 출제됐다. 노비안검법, 병인양요 등 한국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유형의 문항이었다. 또 중국 왕조의 시대순서 맞추기 등 중국사와 흑사병 등 서양사 문항도 나왔다.

이에 앞서 10일 진행된 현대차그룹 인적성 시험 ‘HMAT’에서도 ‘르네상스의 의의와 영향’에 대한 의견과 ‘21세기의 르네상스는 어떤 분야가 될 것인가’를 묻는 역사에세이가 출제됐다. 응시생들은 30분간 700자로 답안을 써내야 했다.

유형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LG그룹이 16일 시행한 인·적성 시험에서도 한국사 문항이 10문제 출제됐다.

LG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문역량 영역을 추가했다. 올해 한국사 문항은 북진정책, 묘청, 과전법, 육두품 등 역사지식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4대 기업 가운데 SK그룹도 24일 실시할 인·적성 시험 'SKCT'에서 한국사에서 문제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지난해 한국사에서 광복 이후 정권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문항을 출제했다. 올해도 한국사 관련 10문항을 내고 역사 관련 소양을 폭넓은 범위에서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역사 과목이 대기업 취업준비생에게 필수과목이 된 셈이다. 기업별로 지식을 단순 나열하는 방식부터 에세이 작성에 이르기까지 비중이나 유형은 다르지만 응시생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의 공채시험을 치른 응시생들이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SNS 등을 통해 남긴 후기에도 역사시험과 관련한 고충을 호소하는 글들이 다수를 이뤘다.

공간지각 능력이나 문제해결 및 논리추론 능력을 묻는 문제가 오히려 쉽게 느껴진 반면 역사는 출제범위가 워낙 넓은 탓에 당혹스러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 주요기업들이 역사시험을 강화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역사관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다.

에드워드 카가 정의한대로 역사에 대한 앎이란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안다는 차원을 넘어 현재를 읽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미래성장 동력을 고민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찰할 줄 아는 인재를 확보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뜻은 좋다. 하지만 가뜩이나 대기업 입사하기가 낙타구멍 뚫기보다 어려운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또 하나의 고통스러운 관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역사 문제로 출제된 것들이 사실상 역사관을 묻는 정도의 상식적 수준을 뛰어넘어 수능 한국사시험에나 나올법한 역사적 사건까지 망라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르네상스의 역사적 의미를 묻는 정도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역사에세이 형식이기 때문에 관련 주제에 관한 세부 지식을 암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견해를 써내려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그룹이나 LG그룹처럼 역사적 사건을 시대순으로 나열해 꿰맞추는 것은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을 암기하고 있지 않으면 정답을 내놓기 어렵다.

더욱이 최근 대기업 공채시장은 절대적으로 이공계 졸업생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역사시험 비중 강화의 이면에 이공계 전공이면서 인문학적 소양까지 갖춘 다목적 인재를 가려내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뒤집어 보면 평소 대학수업에서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을 접할 기회도, 시간도 부족한 이공계생들에게 또 다른 ‘학습’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치러지는 2017학년도 수능 시험부터 한국사 과목이 필수로 지정된다. 이전까지 한국사는 서울대를 지망하는 최상원권 학생들만 주로 선택해왔다.

대학입시에서 한국사 시험이 강화되는 것은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시장에 나서는 예비 취업준비생들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취업시장의 풍향계나 다름없는 대기업들이 역사, 그중에서도 한국사 관련 출제비중을 늘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대기업 역사시험이 해마다 치솟는 경쟁률을 등에 업고 한마디로 '무식한' 응시자를 떨어트리기 식 지식 테스트의 차원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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