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주력 제품인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판매영역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조 사장은 SK바이오팜을 세계적 규모의 신약 개발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화가 목표 달성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최근 중국 및 일본, 한국 등 아시아지역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상용화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9월 한국과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세노바메이트의 임상3상을 허가받았다. 뒤이어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임상3상이 승인됐다. 올해 들어 국가별로 임상3상 환자 모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노바메이트의 일본 진출은 기술수출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SK바이오팜과 계약을 맺은 일본 제약사 오노약품공업이 세노바메이트에 관한 독점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합작법인 이그니스테라퓨틱스를 통한 판매가 추진된다. SK바이오팜은 11월 현지 투자사들과 이그니스테라퓨틱스를 설립한 뒤 세노바메이트를 비롯한 신약 6종의 중국 판권을 이그니스테라퓨틱스에 넘겼다.
조 사장은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 확대도 모색하는 중이다. 세노바메이트는 현재 성인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판매되는데 여기에 더해 성인 대상 전신발작, 소아 대상 부분발작을 적응증으로 하는 다국가 임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이 이처럼 세노바메이트의 수요를 확보하는 데 노력하는 까닭은 그만큼 SK바이오팜에서 세노바메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세노바메이트는 졸림증 치료제 솔리암페톨과 함께 SK바이오팜이 상용화에 성공한 신약 2종 중 하나다.
세노바메이트는 앞서 2019년 11월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뒤 지난해 5월 출시됐다. 이후 유럽에서도 판매 승인을 받아 올해 6월 독일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독일 진출과 함께 영국 보건당국의 시판 허가도 획득했다.
솔리암페톨은 세노바메이트보다 조금 더 빠르게 미국과 유럽 등에 출시됐지만 실적 면에서는 세노바메이트의 성과가 압도적이다. 올해 3분기 누적기준 SK바이오팜 매출 1879억 원 가운데 98.6%를 세노바메이트가 점유하고 있다.
조 사장이 목표한 대로 SK바이오팜 매출 규모를 대폭 키우기 위해서는 세노바메이트를 더 넓은 지역에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 필요한 셈이다.
앞서 조 사장은 7월 SK바이오팜의 파이낸셜스토리를 발표하며 ‘2030년 글로벌 톱10 헬스케어기업 도약’을 목표로 내세웠다. 파이낸셜스토리는 기업의 성장 목표 및 구체적 실행 전략을 담은 경영전략을 말한다.
조 사장은 당시 “SK그룹 제약바이오사업의 중심축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치료제 개발을 넘어 헬스케어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기업가치 50조 원의 글로벌 톱티어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의 세노바메이트 매출 확대 전략은 특히 내년부터 효과가 극대화할 공산이 크다.
증권업계에서는 세노바메이트 경쟁 약품인 UCB의 빔팻(Vimpat) 특허가 내년 3월 만료돼 세노바메이트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UCB는 빔팻을 통해 매해 매출 1조5천억 원가량을 거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뇌전증 환자는 대부분 여러 약품을 동시에 복용한다”며 “빔팻의 복제약 시판은 환자들의 구매력 확대로 이어져 세노바메이트에 관한 수요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향후 SK바이오팜의 수익성이 더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2395억 원 봤는데 올해는 3분기까지 손실 규모가 391억 원으로 축소됐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지난해 -2474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누적기준 177억 원으로 대폭 개선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