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미래 고객을 품기 위해 은행을 넘어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MZ세대 전용 플랫폼 등 미래 고객을 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보기술(IT)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들에 밀려 미래 고객을 붙잡기가 쉽지 않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2030년부터 MZ세대가 금융권의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전망된다.
MZ세대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합한 1980년에서 201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다. 2020년 기준으로 국내 총인구의 38.1%를 차지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MZ세대는 생산연령(15~64세)의 약 60%를 차지해 경제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금융서비스는 적금, 대출 등 장기간에 걸쳐 제공되는 만큼 미리 선점해 둔 MZ세대가 미래 경쟁력의 토대가 될 공산이 크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MZ세대를 붙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2일 Z세대를 위한 금융플랫폼 '리브넥스트'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 20대 전용 금융브랜드 '헤이영'을 선보였고 하나은행은 2021년 6월 Z세대 특화 '아이부자' 앱을 내놨다.
우리은행도 우리원뱅킹 앱에 e스포츠 등 특화 콘텐츠를 선보이고 MZ세대 전용 화면을 따로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선점하고 있는 MZ세대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NHN의 '2021년 하반기 앱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금융 앱 순위(설치 수 기준)는 토스, 카카오뱅크가 1, 2위를 차지했다. 하반기 기준 설치 증가율 1위는 케이뱅크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봐도 10~40대까지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10~30대가 금융권 주력 고객층으로 성장하는 2030년대가 되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쏠림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는 셈이다.
손 회장은 26일 'MZ특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MZ세대 공략에 관한 고심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금융그룹의 미래는 MZ세대 고객에 달렸다"며 "(MZ특화 플랫폼으로)우리금융만의 새로운 디지털 미래를 만들어 게임체인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손 회장은 새 플랫폼을 기존 금융 플랫폼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스템과 조직문화에 기반해 테크기업체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은행 등 각 계열사별로 MZ세대를 겨냥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경쟁 금융지주와 다르게 그룹사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초개인화와 통합금융서비스를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MZ세대는 금융서비스 측면에서 초개인화 서비스를 위한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투자자문) 이용 의향이 높고 비용이 부과되더라도 종합적 서비스를 지향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사용 의사가 있는 MZ세대 비중은 50% 이상(밀레니얼51%, Z세대 54%)으로 40~50대(24~36%)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금, 법률, 취미 등을 아우르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에 관해서도 추가적 비용을 지불할 의향(55%)이 60대 이상(3%)보다 매우 높다.
쪼개져있는 금융서비스로는 MZ세대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손 회장은 MZ특화 플랫폼에 다양한 투자자산과 서비스를 담기 위해 외부와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관련 핀테크 업체들과 지분투자, 합작법인 설립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인슈어테크, P2P, NFT(대체불가토큰) 투자 등 플랫폼 활성화와 인공지능, 데이터, 블록체인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다양한 부문에서 압축 후보군(숏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MZ특화 플랫폼은 내외부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출시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MZ특화 플랫폼은 검토 진행중이다"며 "1차 출시는 2022년 후반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