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에 국내 자동차회사 5곳 가운데 누가 가장 장사를 잘했을까?
내수가 살아나며 1분기에 국내 자동차판매량이 역대 1분기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회사별로 희비는 조금씩 엇갈렸다.
◆ 기아차, 무서운 성장세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1분기 내수에서 국내 자동차회사 5곳의 판매순위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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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
지난해 연간 판매순위와 동일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아차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기아차는 1분기에 내수에서 지난해 1분기보다 판매량을 11.9%나 늘렸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에 판매량을 3.6% 늘리는 데 그쳤다.
기아차는 올해 내놓은 신차들이 모두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1월 출시된 신형 K7과 2월 출시된 모하비의 부분변경 모델이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다시 쓰며 기아차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차의 4위 다툼도 흥미진진하다.
1분기에 내수에서 쌍용차는 2만2622대, 르노삼성차는 1만6599대의 차량을 팔았다. 1분기 수치만 놓고 보면 쌍용차가 앞서지만 르노삼성차의 상승세가 무섭다.
르노삼성차는 1월과 2월 연속으로 판매 5위를 기록했지만 3월에는 3월 기준으로 6년 만에 1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쌍용차를 바짝 따라잡았다.
두 회사의 누적판매량 격차는 2월 7200여 대에서 3월 6천여 대로 줄었다.
◆ 불황의 그림자, 포터 역대 최다 판매기록
국내 자동차시장이 호황을 맞았지만 불황의 그림자도 여전했다.
현대차의 소형트럭 포터가 1분기 내수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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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의 소형트럭 포터. |
현대차는 1월부터 3월까지 2만6천여 대의 포터를 팔았다. 포터는 3월에만 1만 대 넘게 팔리며 월간 판매량 기준으로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포터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불황이 계속되면서 생계형 차량을 찾는 서민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터의 판매 추이를 두고 ‘포터 지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포터가 잘 팔리면 그만큼 불경기고 팔리지 않으면 경기가 좋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퇴직자의 창업이 급증하면서 포터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포터는 지난해에도 9만9743대 판매되며 현대차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올해 포터가 상용차 가운데 최초로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돌파할 지도 주목된다. 승용차를 합쳐도 1년에 10만 대 이상 팔리는 차종은 쏘나타나 아반떼 정도밖에 없다.
현대차의 신형 아반떼는 승용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며 포터의 뒤를 이었다. 현대차는 1분기에 2만3681대의 신형 아반떼를 팔았다.
신형 아반떼는 지난해 9월 출시된 뒤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강세도 여전했다. 포터와 신형 아반떼의 뒤를 이어 기아차의 쏘렌토가 2만318대 팔리며 판매 3위를 차지했다.
1분기 국산차 판매 하위권에는 단종된 에쿠스와 알페온 등을 제외하고 현대차의 i30, i40, 벨로스터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가 2014년 10월 출시한 아슬란은 나온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3달 동안 585대밖에 판매되지 않으며 체면을 구겼다.
올해 후속모델이 출시되는 르노삼성차의 QM5도 300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 SM6, 신형 K7, 스파크로 세대교체 뚜렷
차급별로 세대교체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차급별로 판매 1위를 오랫동안 지켰던 차종들이 줄줄이 1위에서 내려왔다.
LF쏘나타는 3월에 SM6에 중형세단 판매 1위를 내줬고 그랜저도 신형 K7이 출시된 뒤 왕좌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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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앤소니 로 르노 외관디자인 총괄부사장, 프랑수와 프로보 전 르노삼성차 사장,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이 1월13일 충남 태안 한서대학교 비행교육원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 신년 기자발표회'에서 SM6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그랜저는 2011년에 출시된 만큼 모델 노후화로 판매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는 올해 하반기에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된다.
경차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쉐보레 스파크가 모닝을 2천여 대 차이로 따돌리며 경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한국GM은 3월에 스파크를 9175대 팔았다. 2002년 한국GM이 출범한 뒤 한국GM의 전 차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월간 판매량이다.
스파크와 경차시장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했던 모닝은 같은 기간에 7215대가 팔리며 2위로 밀려났다.
스파크는 지난해 8월과 2월에도 모닝을 제쳤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격차가 30여 대, 2월에 격차가 130여 대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격차가 2천 대 가까이로 벌어졌다.
기아차는 올해 신형 모닝을 출시한다. 신형 모닝이 나오면 두 차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