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1-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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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LCC)들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을 계기로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고 있지만 기대보다 여객수요가 회복되지 않자 승객을 모으기 위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수익성 악화 우려에도 당장 코로나19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 실적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당분간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저비용항공사 항공기 모음. <각 항공사 사진 취합>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들은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한 뼘 회복된 여객 수요를 붙잡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내놓고 있다.
진에어는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로 가는 편도 항공권을 선착순으로 1만5천 원에 팔고 있다.
제주항공은 수험생과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한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김포, 광주 등 전국 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편도 항공권을 최저 1만4천 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 저비용항공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로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완전자본잠식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보다 더 많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상태를 말한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저마다 할인상품을 내놓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이유는 당장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간신히 숨통이 트인 상태지만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객수입이 절실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과 달리 저비용항공사들은 화물을 운송할 여력도 갖추고 있지 못해 수입의 대부분을 여객에 의존하고 있다.
또 저비용항공사들은 대부분 항공기를 빌려 사용하기 때문에 항공기를 운항하지 않더라도 리스비를 내야하고 직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서 항공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
특히 11월부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까지 끊기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은 직원들의 임금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낮더라도 승객을 최대한 끌어모을 수밖에 없다고 저비용항공사들은 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쟁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해오던 것으로 이번에만 유독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코로나19로 어렵기는 하지만 항공기는 세워둬도 돈이 나가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지 않더라도 띄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가 손님을 끌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손님을 모으기 위해서는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출혈경쟁은 국내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가격리 없이도 여행할 수 있는 괌의 하늘길이 열리자 항공사들의 경쟁은 국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이판과 싱가포르가 한국과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협약을 맺기는 했지만 항공 운항은 제한적으로 이뤄지자 항공사들이 괌 여행수요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사이판은 아직 단체여행객을 대상으로만 여행목적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고 싱가포르에서 자가격리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별도로 승인을 받은 ‘백신 트레블 레인(VTL)’을 운영하는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 현재 싱가포르행 백신 트래블 레인을 운영하고 있는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항공사 3곳이다.
에어서울은 인천~괌 노선 탑승객 전원에게 제주도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진에어는 인천~괌 노선을 예약할 때 최대 20만 원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11월 말까지 연다.
제주항공도 인천~괌 노선을 편도 기준으로 최저 31만 원부터 판매하는 행사를 12월5일까지 진행한다.
에어부산은 부산에서 괌을 오가는 노선을 재개하면서 하나투어, 모두투어와 손잡고 7박8일 일정의 여행상품을 90만 원대에 판매하는 행사를 열었다. 기존 3박4일 또는 4박5일 일정의 괌 여행상품이 150만 원에 이르렀던 점을 고려하면 할인폭이 크다.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18년 만에 인천~괌 노선을 재개하며 인천~괌 노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자회사인 에어서울 등과 가능하면 겹치지 않게 노선을 짜왔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통상적으로 자회사를 둔 항공사들은 국제선을 서로 겹치지 않게 구성해왔지만 지금은 띄울 수 있는 국제선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의 다른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가 운행할 수 있는 노선과 수요층의 한정적 상황에서 고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국제선이 조금씩 뜨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다들 몰려들고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