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이 2차전지 전해액 계열사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고객사 다변화를 위해 미국 내 생산시설을 여러 곳에 건설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삼성SDI를 주력 고객회사로 두고 있는데 앞으로 다양한 배터리고객회사를 확보하기 위해 효율적 생산시설 입지조건을 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
18일 동화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승 회장은 미국 내 전해액 생산설비 건설지역으로 조지아주를 비롯해 여러 지역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동화그룹 관계자는 “현재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미국 공장 투자와 관련해 고객사들의 투자 진행사항과 미국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조지아주를 포함해 다양한 투자지역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 사항이 결정되면 공시하겠다”고 말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가 우선적으로 조지아주를 검토하는 것은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에 전해액을 납품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화그룹에 따르면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전해액 가운데 90% 가까운 물량을 삼성SDI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현재 유럽 헝가리 소쉬퀴트 지역에도 전해액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해액도 삼성SDI에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승 회장은 삼성SDI에 편중된 고객회사 구성을 다양화해야 사업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미국 진출에서는 다른 기업에 납품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테네시주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삼성SDI도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동화그룹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제조회사들이 미국의 다양한 지역에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복수의 지역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대상 가운데 하나다”며 “외부 투자유치를 통해 투자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미국 증설이 확정되면 전해액 생산능력이 현재 5만3천 톤에서 2025년말 최소 13만6천 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동화일렉트로라이트가 2차전지 전해액사업부문에서 2024년 영업이익 387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1년 실적 전망치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승 회장은 미국 진출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전해액 원료수요에 대비해 다양한 원재료 제조업체와 전략적 협력관계도 맺고 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중국 톱티어 전해질업체와 조인트벤처를 통해 2022년 하반기부터 범용전해질(LiPF6) 구매물량의 50% 이상을 안정적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전해액의 원가구조를 살펴보면 리튬을 포함하는 전해질이 45%를 차지하고 이밖에 에너지밀도와 수명, 안정성을 위한 첨가제 30%, 기타 25% 등으로 이뤄진다.
전해질 가격이 전해액의 원가구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다가 최근 범용전해질 가격이 급등한 만큼 원활한 원료 조달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화그룹은 1980년대부터 동화기업을 통해 자체 화학공장을 운영하면서 소재사업으로 확장할 준비를 해왔다. 승 회장은 2019년 파나스이텍(현 동화일렉트로라이트)를 인수하면서 2차전지 전해액사업에 진출했다.
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동화일렉트로라이트를 동화그룹 제2의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며 2차전지소재사업 확장을 향한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승 회장은 제재소로부터 시작해 목재사업 등을 하는 동화기업을 일궈낸 고 승상배 창업주의 둘째아들이다.
승상배 창업주는 1948년 동화기업을 설립한 뒤 1985년에 국내 최초로 파티클보드(PB), 중밀도섬유판(MDF)공장을 건설하면서 동화기업을 국내 1위 목재소재회사로 만들었다.
승 회장은 1984년 동화기업에 입사해 1993년 동화기업 대표이사를 거쳐 2011년에 동화홀딩스 회장에 올랐다.
동화그룹은 동화기업을 비롯해 동화일렉트로라이트, 태양합성, 엠파크, 한국일보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