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과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5대산업에 인원감축 한파가 몰아칠까?
정부는 지난해 말 글로벌 공급과잉과 경쟁력 약화로 적자규모가 늘어난 5대산업에서 개별기업 차원의 구조조정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산업별로 형편에 맞춰 적극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속도는 정부의 목소리만큼 빠르지 않아 정부가 총선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4월 총선이 끝나면 5대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인원감축도 강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 포스코, 올해 추가 인원감축 계획 세워
5일 철강업체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세아베스틸 등 5개 철강사의 지난해 직원은 모두 3만3124명이었다. 2014년보다 직원이 2.1%(716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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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포스코는 지난해 부실계열사를 정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더불어 인력감축도 추진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지난해 직원은 모두 1만7045명으로 2014년보다 4.7%(832명) 줄었다.
포스코는 지난 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원 30%를 내보내고 업무가 중복되는 지원부서를 중심으로 조직 슬림화를 진행했다.
포스코는 올해 추가로 인력감축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부제철은 인력감소 규모가 제일 컸다. 지난해 동부제철 직원은 712명으로 2014년보다 32.4%(341명)나 감소했다.
동부제철은 최근 출자전환으로 상장폐지를 가까스로 막아낸 뒤 매각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해운, 자발적 퇴사자 늘어
해운경기가 침체돼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해운업계는 지난해 직원들의 자발적 이탈에 따라 인원감축 규모가 컸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직원은 모두 1464명으로 2014년보다 11.9%(197명)나 줄었다.
한진해운은 2009년 이후 두 차례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2014년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계열사로 편입한 뒤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업황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직원들이 먼저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현정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준 현대상선도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직원이 전년보다 3.1%(41명) 줄어드는데 그쳤지만 유동성 위기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하나둘씩 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건설사, 삼성물산 합병 효과로 인원감축 규모 가장 커
건설업계는 지난해 국내 주택경기가 호조를 보인 덕에 인원감축 규모가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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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5대 건설사의 지난해 직원은 모두 3만1810명으로 전년보다 3.4%(1130명) 줄었다.
삼성물산의 인원감축이 919명인 점을 고려할 때 삼성물산을 제외한 4개 건설사의 인원감축은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을 통해 중복되는 건설부문의 인력을 중심으로 직원을 줄였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부터 대리에서 사원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어 인원감축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실적 호조낸 화학업계는?
저유가에 따라 실적호조를 보인 화학업계는 롯데정밀화학과 한화케미칼, LG화학 등을 제외하고는 직원수에 큰 변동이 없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한화케미칼, SK케미칼, LG화학, 대림산업, 금호석유화학,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8개 석유화학기업의 지난해 직원은 모두 1만5947명으로 2014년과 비교해 3.6%(589명) 줄었다.
특히 롯데정밀화학과 한화케미칼의 인력감소 비율이 가장 높았다. 롯데정밀화학과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전년보다 각각 9.9%(89명), 9.2%(245명)에 이르는 인력을 줄였다.
두 회사는 모두 지난해 삼성그룹으로부터 화학계열사를 인수했는데 인수합병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 등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롯데그룹에 인수됐고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4월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했다.
반면 지난해 사상 최대성과를 낸 롯데케미칼은 직원을 전년보다 2.7%(72명) 늘렸다.
업계 1위로 꼽히는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기초소재사업부문(옛 석유화학사업부문)의 인원이 전년보다 줄었다.
LG화학 기초소재사업부문 직원은 지난해 4947명으로 전년보다 6%(318명) 감소했다. 하지만 LG화학이 주력하려고 있는 전지와 재료사업 부문의 인원이 늘어나 전체 직원은 전년보다 늘었다.
◆ 조선, 현대중공업그룹이 구조조정 앞장서
지난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7개 조선사의 직원은 모두 5만4649명으로 2014년보다 2.63%(1474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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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그룹의 인력감축 규모가 가장 컸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직원은 지난해 모두 2만3890명으로 2014년보다 1214명 줄었다. 7개 조선사 인력감축 규모의 82.4%를 차지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초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여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1300여 명을 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인력감축 규모는 크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정규직 71명을 줄였고 대우조선해양도 전체 직원의 3%가 줄어드는데 그쳤다.
한진중공업은 오히려 지난해 인력이 늘어났다. 한진중공업의 지난해 직원은 1314명으로 전년보다 6.1% 늘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이 지난달 행정관리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서 올해 인력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