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시장 곳곳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독점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현대차의 안방이었던 중형세단시장에서 국민차 쏘나타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고 경차시장에서 기아차 모닝의 독주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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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 |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3월에 르노삼성자동차의 SM6가 판매량에서 현대차의 쏘나타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르노삼성차는 3월에 SM6을 6751대 팔았다. 현대차는 이 기간에 쏘나타를 7053대 판매했다.
쏘나타 판매량은 구형인 YF쏘나타와 신형인 LF쏘나타를 합친 수치다. LF쏘나타는 3월에 6442대 판매됐고 이마저도 30% 이상이 택시용인 LPG모델로 채워졌다.
일반 소비자들이 LF쏘나타보다 SM6를 훨씬 많이 선택한 것이다.
중형세단시장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요가 매우 두터운 시장 가운데 하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 시장에 쏘나타와 K5를 번갈아 출시해가며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쏘나타가 K5를 제외한 다른 차종에 월간 판매 1위 자리를 내준 건 2006년 7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당시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르노삼성차의 SM5에 중형세단 판매 1위를 내줬다.
당시가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기아차 K5는 3월에 4255대 판매되며 판매경쟁에서 뒤쳐졌다.
경차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쉐보레 스파크가 모닝을 2천여 대 차이로 따돌리며 경차시장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한국GM은 3월에 스파크를 9175대 팔았다. 2002년 한국GM이 출범한 뒤 한국GM의 전 차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월간 판매량이다.
스파크와 경차시장 판매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던 기아차 모닝은 같은 기간에 7215대가 팔리며 2위로 밀려났다.
스파크는 지난해 8월과 2월에도 모닝을 제쳤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둘의 격차가 30여 대, 2월에 둘의 격차가 130여 대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번에 둘의 격차가 2천 대 가까이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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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차의 SM6. |
SM6와 스파크가 기존 강자를 위협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과 김제임스한국GM 사장의 공격적 판매전략이 꼽힌다.
박 사장은 SM6를 내놓으며 기존 중형세단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차라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실제 파워트레인이 동일하고 외관 디자인만 다른 ‘쌍둥이차’ 쏘나타와 K5에 식상해하던 소비자들이 SM6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GM도 마찬가지다.
김 사장은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현금 구입시 100만 원 할인이라는 파격적 할인을 제시했다. 스파크와 모닝의 가격이 1천만 원대 초중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할인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GM과 르노삼성차가 중형세단시장이나 경차시장처럼 규모가 크고 현대기아차가 독보적이었던 시장에서 점차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며 “현대기아차가 이 시장에서 안일하게 대응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