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 합병을 결정한 정몽구 회장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계열사간 합병을 통해 기대되는 효과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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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
이번 합병으로 건설 계열사간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 일감몰아주기 이슈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한마디로 '묘수'다.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6일 각각 임시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4월1일에는 새로운 법인으로 공식 출범될 예정이다.
◆외형 확장으로 업계 8위로 껑충
현대차그룹은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으로 건설사업 부분에서의 전문화 및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엠코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제철 등 그룹 공사를 위해 지난 2002년 설립한 회사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의 건설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지분 72.5%를 보유한 자회사로 해외 플랜트 설계 전문 건설업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는 54위를 기록했다.
2012년 기준 두 회사의 총 자산은 3조5737억원, 매출액은 5조1455억원에 이른다. 두 회사의 합병 법인은 매출액 기준으로 업계 8위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규모의 확대뿐 아니라 상호 주력 사업이 다른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엠코는 빌딩·도로·항만 등 토목·건축부문이 전체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석유화학·전력 등 플랜트 설계와 시공을 전문으로 한다.
그룹 측은 시공력은 우수하지만 설계기술이 상대적으로 약한 현대엠코와 화공 플랜트에 강점을 가졌으나 시공능력이 부족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결합은 계열사 합병의 이상적 형태라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강점을 가진 두 회사의 합병으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것이란 전망에서다.
◆'정의선 체체'를 위한 포석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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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두 회사 간 합병으로 달라지는 것은 규모 등의 외형만이 아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지분변화도 뒤따른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의 발판을 다지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고리를 중심으로 나머지 계열사들의 지분 관계가 얽혀 있는 관계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 3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이 중 정 부회장이 가진 지분은 기아차(1.75%)뿐이다.
정 부회장은 현재 기아차 외에 현대엠코(25.06%), 현대글로비스(31.88%), 이노션(40.0%) 등의 지분도 갖고 있다. 이번 합병이 이뤄지면 현대엠코의 최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합병법인의 지분 11% 가량을 보유하며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업계에서는 우선 정 부회장이 합병법인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6%(약 5조원)를 매입하는데 필요한 자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최대주주이자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늘려 그룹 지배력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에서는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맞교환하는 방법과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과 정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법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금지법도 통과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을 통해 정몽구 회장은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금지법’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재벌 계열사 간의 부당 내부 거래를 막기 위해 다음달 14일부터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액 12% 이상인 곳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비상장사인 현대엠코는 현재 정의선 부회장(25.06%)과 정몽구 회장(10.00%)이 총 35.06%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오는 4월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완료하면 지분율이 16.4%까지 낮아지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정 회장 부자는 1400억원 가량의 과징금 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엠코의 내부 거래금액은 1조7587억원으로, 법위반시 최대 1758억원의 8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61.19%(2012년 기준)에 이르던 현대엠코의 내부거래 매출비중 역시 합병 이후 37.6%로 대폭 떨어지게 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내부거래 비중이 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대엠코는 외부매출 비중 확대를 위해 컨설팅을 받는 등 자구책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합병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과세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