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애플 '시리'로 상징되는 음성인식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뉘앙스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인수협상에 성공하면 스마트홈과 모바일헬스케어 시장 등에서 한발 앞서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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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가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Nuance)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뉘앙스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사모펀드들과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뉘앙스는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음성인식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회사다. 애플 아이폰의 핵심이 되는 음성기반 개인비서 서비스 ‘시리’를 개발했다. 뉘앙스는 현재 기업가치가 54억 달러에 이른다. 애플이 얼마 전 비츠를 인수한 금액이 30억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삼성의 뉘앙스 인수는 2배가량 더 큰 ‘빅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뉘앙스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태블릿, 네비게이션 등에 음성인식 기술을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환자기록을 디지털화하는 소프트웨어인 헬스케어 관련기술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뉘앙스의 이런 기술은 최근 시장의 관심으로 떠오른 사물인터넷(IoT)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뉘앙스는 또 ‘드래곤 보이스’ ‘드래곤 딕테이션’ 등 음성인식과 받아쓰기 기술 관련 특허를 4천 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뉘앙스는 이런 음성인식 기술 특허로만 매년 1조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뉘앙스는 삼성전자와 애플 외에도 독일 다임러, 일본 닌텐도, 파나소닉 등 유수의 기업들에 음성인식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뉘앙스 인수협상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부터 가전제품까지 ‘스마트홈’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삼성이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뉘앙스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에서 ‘S 보이스’라는 블링고 음성인식 엔진을 썼다. 블링고는 뉘앙스의 자회사로 음성인식 기술이 뛰어난 편이지만 뉘앙스에 비해 인지도나 이름값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뉘앙스의 음성인식 기술을 확보할 경우 스마트 가전에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홈 솔루션과 연계해 올해 하반기 스마트 가전을 대대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삼성 투자자 포럼’에서 자사 스마트홈 기술을 공개하며 사물인터넷 시장 진출을 알렸다.
뉘앙스가 헬스케어 사업 분야에서 매출이 높은 점도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 중인 삼성의 구미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4월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비즈니스로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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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아이칸 |
삼성전자가 뉘앙스 인수협상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애플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이 뉘앙스를 인수하더라도 애플이 ‘시리’를 버릴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뉘앙스가 음성인식 기술로 애플뿐 아니라 많은 글로벌 기업들과 이미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뉘앙스의 매각이 알려지면서 최대 주주인 칼 아이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아이칸은 애플 등 여러 회사의 대주주다. 그는 지난해 4월 뉘앙스 지분 19%를 60억 달러를 넘게 들여 사들였다.
그는 얼마 전 애플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 애플 경영진과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뉘앙스의 매각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뉘앙스 매각이 실제로 진행된다면 아이칸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될 확률이 높다. 결국 아이칸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매각 기업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