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구조조정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포스코가 동부그룹이 내놓은 최대 매물인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를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면서 그 불똥이 1천억 원 사재출연을 약속한 김준기 회장에게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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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동부그룹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출연을 약속한 사재 1천억 원의 용처를 두고 채권단과 맞서고 있어 아직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지 못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2014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대기업 14곳 중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지 못한 대기업은 동부그룹이 유일하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채권단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통해 재무구조개선 목표와 자산매각 자구안, 이행 기간, 미이행 시 제재 사항 등을 협의한다. 동부그룹이 지난해 체결한 재무구조개선약정에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사재 1천억 원을 출연해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부그룹은 올해 새롭게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사재출연은 약속했지만 그 자금으로 유상증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애초 기업공개를 하기로 했던 동부제철 자회사 동부특수강을 산업은행의 요청에 따라 매각한 이후 유동성을 확보해 김준기 회장의 사재를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바뀐 상황을 반영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이 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체결한 약정에 따라 김 회장이 사재로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전히 유동성 위기가 남아있는 만큼 원래 계획대로 사재출연과 유상증자를 이행하는 것이 구조조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하겠다고 해놓고 지금에 와서 안 하겠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며 “동부그룹과 의견차가 있어 이번주 중에 약정체결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이 사재출연을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회장이 사재출연 자금을 마련하려면 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 13% 가량을 대출 담보로 잡아야 한다. 김 회장 일가가 보유한 다른 계열사 지분 대부분은 이미 담보로 잡혀있다.
동부그룹은 4월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으면서 김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자택과 주식 등을 담보로 내놓으면서 김 부장 지분을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 회장은 5월 진행된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사재출연 시기를 산업은행과 조율 중”이라며 “다음번 유상증자 때 사재출연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그룹이 김 회장의 유상증자 불참으로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산업은행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산업은행이 매각 절차를 위임 받아 진행한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이 무산될 기미를 보이자 구조조정 성과를 내기 위해 김 회장의 경영권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게 동부그룹의 주장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제철 인천공장 패키지만 해도 경쟁 입찰과 개별매각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자산 매각절차만 제대로 진행됐어도 자금이 조기에 들어왔고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