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기자 hyewon@businesspost.co.kr2021-10-13 17: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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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수제맥주 위탁생산을 늘려 롯데칠성음료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박 대표는 올해 3분기 주류사업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최근 캔을 만드는 알루미늄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롯데칠성음료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13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 1750억 원을 목표로 세웠는데 맥주와 일부 음료에 쓰이는 부자재인 캔의 제조비용이 크게 올라 목표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루미늄은 일부 탄산음료와 맥주의 용기인 캔을 제조하는 데 쓰인다.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음료와 맥주의 생산비용이 높아져 롯데칠성음료로서는 수익성이 나빠지게 된다.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알루미늄 선물가격은 11일(현지시각)기준 톤당 30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7월 이후 최고가를 보였다.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에도 10% 가까이 올랐는데 올해 들어서도 지난해보다 40%가량 가격이 뛴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전력난과 물류운임, 유럽 가스대란 등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아직 가격 부담이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가격 변동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부자재 제조에 드는 비용이 높아지더라도 그에 맞춰 가격을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여러 식품기업들이 제품 판매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는 앞서 올해 2월 음료 제품의 가격을 이미 올린 바 있어 추가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롯데칠성음료 수익성을 다시 걱정하게 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투자설명회에서 중·장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2024년까지 부채비율을 120%까지 낮추고 영업이익률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별도기준으로는 부채비율이 160.2%였고 영업이익률은 4.95%였다.
하지만 주류사업에서 흑자구조를 안정적으로 다지지 못하면 이러한 중장기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24억 원 늘었는데 이 가운데 주류사업에서 개선된 영업이익이 394억 원으로 대부분(92%)을 차지했다.
박 대표는 수제맥주 위탁생산을 시작한 뒤로 맥주공장 가동률을 기존 18%에서 32%로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소주공장과 맥주공장을 더한 주류공장 가동률은 41.6%로 집계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2분기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의 물량을 위탁생산한 데 이어 3분기부터는 양조업체 더쎄를라잇브루잉과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물량도 추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칠성음료는 주류사업에서 2017년부터 4년 동안 영업손실을 내다가 올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별도기준으로는 주류사업에서 올해 2분기 영업손실 2억 원을 냈다. 공장 가동률을 높였는데도 수익 구조가 안정화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수제맥주를 위탁생산하는 구조에서는 원가 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 분기별로 위탁생산을 맡긴 중견 양조업체들은 추가됐지만 기존 계약 조건을 제조원가 변동에 따라 바꾸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지속적으로 ‘ZBB(Zero Based Budge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0(제로)’을 기준 예산으로 잡고 모든 사업과 활동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원가절감과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이 프로젝트에 따라 소주 생산도 강릉 공장으로 거점을 일원화하고 푸드 페어링과 배달수요에 맞는 제품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푸드 페어링은 음식과 음료가 짝을 이뤄 잘 어울리는 조합을 이룬 것을 뜻한다.
올해 3월에는 롯데알미늄의 자산을 양도받아 음료용기로 쓰이는 플라스틱용기(PET) 생산을 수직계열화 하는 방안을 통해 원가를 절감했다. 플라스틱 용기를 제작하는 사출 공장이 9월 준공돼 본격적으로 원가 절감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