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위권이 이미 굳어진 상태라 누가 4위로 컷오프를 통과할지 많은 궁금증을 낳았는데 원 전 지사가 그 주인공이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강경 보수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고 홍준표 의원은 보수의 적장자를 자처하고 있는데 개혁보수 성향을 지닌 유 전 의원과 원 전 지사가 경쟁구도의 균형을 맞추게 될 공산이 크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최근 KBS1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본선 경선에 최재형 후보나 원희룡 후보가 올라가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상징성도 있고 토론회를 건전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한 토론회로 만드는 하나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대세론은 사그러들었지만 여전히 탄탄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만큼 TV토론회 등에서 홍 의원과 유 전 의원, 원 전 지사가 3대1로 공세를 펼치는 모습도 예상할 수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을 고른 응답자가 20%로 나타났다. 그밖에 홍 의원이 12%, 유 전 의원이 2%로 집계됐다. 상대쪽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5%였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 자체조사로 5~7일 전국 만18세 이상 1천 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원 전 지사가 본경선에 오르면서 다른 후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먼저 같은 개혁보수로 분류되는 유 전 의원은 지지층을 놓고 원 전 지사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의원은 정통보수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개혁보수를 자처하는 원 전 지사와 지지층이 거의 겹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쪽도 홍 의원과 마찬가지로 지지층이 겹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우클릭을 통해 주로 강성보수 세력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원 전 지사가 '캐스팅보트'를 쥘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 전 지사는 3선 국회의원 출신에 제주도지사 재선에도 성공하면서 스타정치인으로 입지를 구축해 왔다. 무엇보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1~2% 지지율 격차의 박빙의 승부를 다툰다면 목소리를 키울 여지가 생긴다.
두 선두주자는 대선후보 토론회 등에서 원 전 지사를 홀대할 수 없을 것이다. 원 전 지사는 본경선 과정에서 '성숙한 중재자'의 이미지를 쌓을 수 있고 대선후보가 최종선출된 뒤 주요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갈등을 씻어내 당의 화합을 이끄는 역할을 자임할 수도 있다.
원 전 지사가 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면 차차기 대선도 바라볼 기반이 된다.
반면 유 전 의원은 내년 대통령 선거가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라고 공언한 마당이라 원 전 지사와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 지금의 양강체제가 흔들리면 1위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어 '다걸기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 전 지사는 이날 예비경선 결과 발표 뒤 페이스북에 "이제 원희룡의 시간이다"며 "품격 있는 토론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비전을 보여주고 정권교체를 해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고 적었다.
앞서 이날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예비후보를 8명에서 4명으로 추리는 2차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이 본선에 오르고 안상수 전 인천시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탈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